[전시]‘마인드 스페이스展'…時空 초월한 내면으로의 탐험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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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리 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미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을 고민한 독특한 미술 작품들이 선보인다.

2월 28일 개막해 5월18일까지 80일간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인드 스페이스(mind space)’전은 미술의 정신성을 찾아 나선 이색적인 전시다. 영적인 작품 세계로 유명한 외국작가 6명과 국내작가 2명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을 ‘마음 들여다 보기’ 여정으로 안내한다.

전시장에서 첫 번째 만나는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마크 로스코(1903∼1970)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로 불리며 색면 회화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킨 사람으로 유명하다. 직사각형으로 맞붙어 있는 색면 사이, 각각의 선들이 빚어 내는 번짐을 보면, 무수한 잡생각으로 번잡한 우리의 마음이 보이는 듯 하다.

역시 미국 작가인 제임스 터렐의 ‘기다림’은 어둠의 방에서 신비롭게 비치는 조명을 통해 초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암흑에 익숙해지는 시각을 통해 고통이란 어쩌면 우리의 생각이 빚어 낸 관념일지도 모른다는 선(禪)적인 깨달음으로 이끈다.

‘어둠의 방’을 나오면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밀랍의 방’으로 들어선다. 독일의 볼프강 라이히는 꿀벌이 분비한 밀랍 덩어리로 벽을 세워 예술이란 결국 아름다움과 생의 환희를 주는 것임을 웅변한다. 필리핀 작가 라니 마에스트로가 늘어놓은 모기장 ‘요람’에선 순진무구한 동심을 느끼고 대만작가 리 밍웨이가 편지 쓰는 방을 꾸민 ‘꿇어앉는 방’에선 묵상과 용서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밖에 김수자씨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마음과 마음을 매개하는 비디오작품을 소개하며 우순옥씨는 잉태한 어머니의 배처럼 둥글고 따뜻한 벽을 만들어 위안을 제공한다. 관람료 어른 4000원, 초중고생 2000원. 월요일 휴관. 02-771-2381∼2.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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