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한국인 행복지수' 조사

  • 입력 2003년 1월 28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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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주간동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00점 만점에 64.13점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남녀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나이와 지역 별로 행복의 차이는 적지 않다. 10대의 행복지수가 71.43인 반면, 20대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보다 10점이나 낮은 61.94에 불과하다. 또 경기 인천 지역의 거주자들은 59.17의 낮은 점수를 보였지만 강원도 거주자들은 71.25로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임을 보여주었다.》

“이것 좀 봐, 이거 한번 계산해보라구.” 한 모임에서 만난 친구 하나가 기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느닷없이 신문기사 한 조각을 내밀었다. 기사의 제목은 ‘영국에서 행복계산법 나왔다’.

“난 계산해보니까 94점이나 나오더라. 내가 굉장히 불행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 정도면 행복한 건가봐.” 기사를 오려온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그 말에 결국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행복지수를 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지역별 결과…놀라워라, 강원도의 힘!
▶행복공식 어떻게 나왔나?…행복=P+(5×E)+(3×H)
▶ 세계인들의 행복지수는?…노르웨이 2년 연속 최고 행복한 국민

지난 1월6일 영국 BBC 방송이 보도한 ‘행복지수’(Formula for happiness)란 행복의 각 조건을 조사해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수 있는 계산법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전문 상담가 피트 코언은 1000여 명의 영국인에게 80가지의 문항을 주고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들을 골라라’고 주문했다. 두 사람은 이 조사의 결과로 ‘행복 = P + (5 x E) + (3 x H)’이란 공식을 창안해 냈다.

사회심리학자인 최창호 박사는 ‘행복 공식’이 영국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인들의 행복을 계산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의 두 변수인 P와 E는 각기 개인의 가치관과 기본적 생존 요소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공식 창안자들은 이중 E에 곱하기 5를 함으로써 가장 큰 가중치를 부여했는데 이는 한국인이나 영국인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봐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마지막 요소인 고차원적 욕구(H)에서 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공식에 대입해 본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주간동아’는 1월28일부터 30일까지 ‘동아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를 설문조사했다. 3일간 642명이 설문에 응해 자신의 행복지수를 계산했다. ‘주간동아’는 이 결과를 최창호 박사와 함께 분석했다.

설문 응답자들 중 남자는 372명, 여자는 270명이었으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많아 254명, 경기, 인천이 139명, 충청도가 44명, 전라, 제주도가 78명, 경상도가 112명, 강원도가 12명의 순이었다(3명은 지역 응답하지 않음). 또 나이별로는 10대가 16명, 20대가 138명, 30대가 225명, 40대가 177명, 50대가 65명, 60대 이상이 20명이었다(1명은 나이 응답하지 않음). 응답자 전원의 행복지수 평균은 64.13.

▼연령별 결과…열심히 일한 20, 30대 쉬어라!▼

설문결과를 나이순으로 살펴보자.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10대의 행복지수가 71.43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60대가 69.20. 그리고 50대가 66.26. 40대 65.23, 30대 63.32, 20대 61.94 순이었다. 30대와 20대는 각기 전체 평균보다 낮은 셈. 특히 20대는 10대에 비해 거의 10점이나 행복지수가 낮았다.

10대와 20대의 행복지수 차이는 4번 질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도와달라고 부탁할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10대는 10점 만점에 8.06점의 높은 점수를 준 반면, 20대의 점수는 6.17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한 최박사의 분석을 들어보자.

“설문 조사의 결과는 우리 10대가 꿈 많고 발랄하고 자존심도 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입시와 학교 내 경쟁 등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20대는 이성관계, 사회적응 등에서 겪고 있는 좌절의 깊이가 큰 듯 합니다. 10대에 가졌던 꿈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쳐 깨지면서 야망은 물론, 자존심까지 무너지고 있는 거죠. 30대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들은 일에 파묻혀 꿈은 물론이고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잃어버린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낮아졌던 행복지수가 40,50,60대에서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40대로 가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았다는 데 큰 이유가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대답을 보면, 생존의 기본조건인 E요인에서 한결같이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인간관계 역시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의 관계로 들어선 듯 하고요. 성장발전과 성취욕 등 스스로에게 몰려 있던 삶의 에너지들이 주변으로 펼쳐지며 상대적으로 삶에 대해 넉넉한 태도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E요인을 묻는 3번 질문, 즉 ‘건강 돈, 안전, 선택의 자유, 공동체 의식 등이 잘 충족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응답 평균은 6.15에 불과하지만 50대는 6.86이다. 삶의 기본적 조건들이 많이 충족되면서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자신(Self)과 자아(Ego)가 융합된다고 말했습니다. 중년 이후가 되면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의 내면에 다시 주목한다는 뜻도 되죠. 반면, 2.30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만큼 도전정신도 커지게 되는 거죠.”

전원경 주간동아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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