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火넘치면 病된다 氣체조로 풀어라

  • 입력 2003년 1월 2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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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으로 속이 답답할 때 심장과 폐의 기운을 밖으로 분출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인들이 야외에서 기체조를 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화병으로 속이 답답할 때 심장과 폐의 기운을 밖으로 분출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인들이 야외에서 기체조를 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눈앞에 다가왔다. 불편한 시댁 식구를 만나고 명절 준비를 도맡아 해야 하는 ‘아줌마’들도 모두 즐거울까. 혹시 잠잠해진 화병(火病)이 다시 고개를 드는 날이 되지는 않을까. 미국정신의학회에서 1990년대 중반 발행한 정신질환진단기준서 ‘DSM-Ⅳ’에서는 화병을 ‘한국민속증후군’으로 규정한 바 있다. 또 현대의학은 화병을 우울증과 유사한 질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반면 한방에서는 화병을 스트레스와 긴장이 계속돼 기(氣)가 흐르지 않고 정체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얼굴로 열이 치솟는 것도 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아래로 향해야 할 기가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라는 것. 동일한 스트레스를 보통 6개월 이상 받았을 때 화병으로 발전하며 이후 심하면 20년 이상 계속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화병은 오래 방치해 두면 두통, 불면증,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을 인정하고 치유와 예방을 하는 게 중요하다.》

▽증상과 예방법=화병은 대부분 원인과 해결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참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악화되는 특성이 있다. 실제 화병 ‘환자’의 80%가 여성이며 이 중 30∼50대 주부가 가장 많다. 이들은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 시댁과의 불협화음, 자녀교육문제 등으로 속앓이를 하면서 화병을 키운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거나 치밀어 오르는 기운이 느껴지면 화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한방에서 전중(i中)이라고 부르는 가슴 가운데를 누르면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화가 나거나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릇을 집어 던지거나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얼굴에 열이 급속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소화불량, 손발마비, 우울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화병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먼저 화를 바로 내거나 폭발하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는 참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를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적극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화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 그대로 잠들 경우 스트레스가 체내에 쌓이기 때문이다. 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화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신이 다른 사람의 희생양이란 생각을 갖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게 좋다.

기공체조를 하거나 향기요법도 좋다. 향기요법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주로 라벤더나 페퍼민트 향을 사용한다. 침술과 부항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기공체조=기공체조는 종류만도 수십종에 이르며 약간씩 방법이 다르다. 화병을 다스릴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육자결(六字訣). 이는 오장육부에 쌓인 기를 외부로 내보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중 화병 치료에 특히 좋은 것으로 심장과 폐의 기운을 외부로 분출하는 체조가 있다. 화병이 들면 주로 심장과 폐에 기가 들어차 순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 또는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기공체조를 알아두면 좋다.

먼저 간단한 사전 체조. 마음가짐을 편안히 한다. 이어 양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 다음 똑바로 서서 3회 정도 숨고르기를 한다. 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이어 심장의 기운을 배출하는 법.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몸 안쪽으로 손을 향하게 하고 심장 위치까지 천천히 들어 올린다. 이때 손바닥은 위로 향하게 하고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다. 이러한 상태에서 1초 동안 숨을 멈춘다. 이어 손목을 360도 뒤틀어 엄지손가락이 바깥쪽을 향하게 한 뒤 천천히 손을 머리 위로 최대한 들어 올린다. 이때 숨을 입으로 내쉬면서 ‘허어∼’하고 소리를 낸다. 전체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20초. 5회 반복한다.

폐 기운을 밖으로 배출할 때에도 손을 심장 위치까지 올리고 1초 동안 숨을 멈춘 뒤 손목을 뒤트는 것까지 동일하다. 이어 천천히 손을 수평상태로 밖으로 내뻗는다. 이때 숨을 입으로 내쉬면서 ‘스이∼’하고 소리를 낸다. 전체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20초. 5회 반복한다.

심장과 폐의 기운을 밖으로 분출했으면 사전 체조와 동일한 방법으로 마무리 체조를 해 준다.

(도움말=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기공체조 해보세요

1. 마음가짐을 편안히 하고 양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린 후 3회 정도 숨고르기를 한다


2.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심장 부근까지 들어올린다


3-1 심장의 기운을 배출하는 법

손목을 360도로 틀어 엄지손가락이 바깥쪽을 향한 채머리 위로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때 숨을 내쉬면서 ‘허어~’한다


3-2 폐의 기운을 배출하는 법

3-1의 손목을 튼 상태에서 수평상태로 밖으로 뻗는다. 이때 숨을 내쉬면서 ‘스이~’한다

* 3-1 3-2 각각 5회씩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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