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에 맞는 발달지수 나온다

  • 입력 2003년 1월 14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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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전후의 영아들이 블록을 들고 살펴보고 있다. 13개월 무렵부터 영아들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또래와 싸운다./사진제공 한솔교육
돌전후의 영아들이 블록을 들고 살펴보고 있다. 13개월 무렵부터 영아들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또래와 싸운다./사진제공 한솔교육
20세기 말, 과학자들은 아이의 뇌 내부의 신비한 세계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생후 첫 3년 동안의 경험이 아기의 성격형성과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미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21세기, 우리 아이들의 정상발달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우리 아이의 발달지수는?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모씨(34)는 병원에서 30개월짜리 아들에게 발달검사를 받도록 했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자주 바뀌어서인지 사람을 보아도 별 반응이 없는데다 ‘엄마’‘아빠’ ‘사과’ ‘빵’같이 간단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하기 때문.

이씨는 “발달검사 결과로 어느 정도 우리 아이가 늦은지 알 수 있었지만 외국의 검사기구라 우리 아이의 정확한 발달수준을 검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심리학과)는 “아기가 엄마와 맺는 애착관계는 이후의 사회성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생후 1년 동안 형성된 애착관계는 이후 아기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이들은 2, 3세경 문제상황에서 더 잘 문제를 해결하며 그 뒤 취학 전까지 또래들과의 놀이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기는 엄마에 대해 매우 이중적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엄마에게 다가갈 때에도 무감각한 것처럼 보이거나 혼란스러운 행동을 나타낸다(잉게 브레터튼). 엄마와 심리적으로 안정된 애착관계를 가진 아기들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함으로써 인지능력이 잘 발달될 수 있다(수잔 크록켄버그).

이러한 특성은 어른이 돼도 남아 어렸을 때 엄마와 안정적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기는 성인기에 남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고 양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지만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가졌던 아기는 커서 냉정하면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제이 벨스키). 이처럼 불안정하게 형성된 애착관계를 가진 아기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좀 더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A E 베너). 이 모든 연구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해외 전문가들이 자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다.

● 미국아이와 한국아이 사이

영어에서 ‘ra’와 ‘la’가 명확히 구분되는 데 비해 우리말이나 일본어에서는 두 발음이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나중에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때 두 발음을 구별하는 데 의식적으로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또 미국 버클리대학의 앨리슨 고프닉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이들은 동사를 강조하는 우리말의 특성 때문에 명사보다 동사를 더 일찍 배우게 되고 이러한 언어습득 과정의 차이가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사를 더 빨리 습득하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미국 아이들과는 반대로 사물들을 구분하는 분류 과제보다 수단 및 목적 과제를 더 잘 푼다.

성균관대 장유경 겸임교수(심리학과)는 “최근 고프닉 박사팀의 연구결과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도 미국 아이들처럼 언어발달 초기에는 명사를 더 많이 습득한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더구나 아기의 언어습득 과정의 차이가 인지능력 발달에 영향을 줄 것인지 역시 연구대상”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영아발달 연구 프로젝트

서울대 한국영아발달연구센터는 국내 처음 2005년 7월 말까지 학술진흥기금 15억원으로 한국 영아 발달의 횡종단 연구를 진행한다. 0세부터 3세까지의 영아 발달 과정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해 한국 영아의 발달지표를 제시하고 정상발달의 지연과 장애 예방을 위한 조기 중재모델을 개발한다는 취지. 이를 위해 연구센터는 전국적으로 생후 1개월 영아 450명에 대해 3년간 매월 1∼2회, 월령별 영아 80명씩 2800명에 대해 같은 기간 1회 방문해 관찰하고 연구한다.

딸 박재민(9개월)에게 발달검사를 받게 한 이영숙씨(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첫 아이라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관심이 많았는데 아이의 신체 사고력 언어 정서발달 수준 및 지능에 관한 종합적인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센터 김원경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아기발달 선별검사를 기준으로 발달 상태를 검사 평가하고 있는데 연구 초기지만 미국의 검사기준이 우리 아이들의 발달수준과 많이 달라서 직접 이 기준을 적용시키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면 전화(02-878-1413)나 e메일(infant2002@hanmail.net)로 신청하면 된다.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영유아 인지-사회성 발달

▽출생

생후 1∼2일 얼굴표정 모방.다른 신생아 울음소리 듣고 따라 울기. 쾌감 불쾌감 표현.출생이전 소리 분별. 마사지가 성장을 촉진시킴.

▽1∼3개월

또래의 존재 각성, 접근행동. 엄마의 얼굴표정과 목소리에 따라 다른 반응. 미소(1개월) 분노 슬픔 기쁨 (2개월) 혐오 웃음(3개월) 표현. 엎드린 자세로 턱을 들어올림(1개월) 손을 뻗쳐 물건을 잡으려함(3개월).

▽3∼6개월

받쳐주면 앉음(4개월). 손바닥쥐기(4∼5개월). 자기 이름 부르는 소리 선호(5개월). 친숙한 단어로 말할 때 그 물건을 쳐다봄(5개월). 한손으로 쥐기(5∼6개월). 의자에 낮아 흔들거리는 물건을 잡음(6개월).

▽6∼9개월

양손에 다른 물체 쥐기, 엄지쪽 손바닥으로 쥐기(6∼7개월).손가락으로 쥐기(8∼9개월). 물체 부딛쳐 소리내기(7∼8개월). 또래의 몸짓을 따라함. 혼자서 앉음(7개월). 혼자 물건을 붙잡고 섬(9개월).

▽9∼12개월

양손이 다른 행동 수행(9∼10개월). 엄지와 검지로 쥐기(10∼12개월). 한두개 단어사용 시작(9개월). 신체부분을 한개 정도 지적(13개월). 낯선 대상에 더 주의 기울임. 기어다님 (10개월). 붙잡아주면 걸음(11개월).

▽12∼18개월

단어를 모방(12개월). 질문하기 위해 끝을 올림(17개월). 동사 사용(18개월). 또래와 장남감과 소유물을 가지고 갈등. 계단을 기어오름(13개월). 혼자 섬(14개월). 혼자 걸음(15개월).

▽18∼24개월

노래를 웅얼됨(18개월). 공감 질투 당황 표현. 주의 집중에서 개인차 나타남(18개월).이야기 읽어달라고 요구(18개월). 흘리지 않고 컵으로 마심(19개월). 25 단어 포함한 그림책 15분간 읽어줄 때 주의집중(24개월).

▽24∼30개월

신체보다 언어적 공격 증가. 좌절에 대한 참을성 발휘. 색이름을 말하면 크레파스에서 맞는 색을 고름(28개월). 큰 것과 작은 것 구별(28개월). 50단어 포함한 그림책 15분간 읽어줄 때 주의집중(30개월).

▽30∼36개월

수치심 죄책감 자부심 표현. 간단한 동요를 부름(36개월). 매일 똑같은 이야기 해 달라고 요구(32개월). 빨간색과 파란색 있을 때 파란색 고름(33개월)

자료:한국영아발달연구센터-외국자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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