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메디컬]비만환자의 마지막 탈출구 '위 절제술'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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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몸무게 145㎏을 기록했던 할머니 샤론 클랩(62)은 혼자서 구두끈을 맬 수 없었다. 버스나 비행기의 좌석에 앉는 것이 불가능해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살을 빼기 위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10년 동안 몸무게는 99㎏에서 145㎏으로 늘어버렸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앉고 서는 것도 힘들었고 손자들의 놀림감이 된다는 사실에 그녀는 결국 우울증에 빠졌다. 클랩씨는 정신과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와 오랜 기간 상담하면서 병적인 비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섭취하는 칼로리 양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위 절제술을 받은 그녀는 현재 평균 체중 68㎏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여행도 할 수 있지만 할머니로서 손자를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수술=클랩씨는 영양분이 흡수되는 소장과 위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녀가 받은 수술은 위와 소장을 절제한 뒤 남은 위와 소장을 다시 붙이는 루엔와이(Roux-en-Y)라는 방법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었으나 크기가 작아진 위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고 영양분 흡수를 하는 소장도 줄어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클랩씨는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먹어도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은 클랩씨는 수술 뒤 영양 섭취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식단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줄어든 소장과 위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기 때문. 그녀는 영양제를 통해 영양 보충을 했다.

▽왜 수술인가=미국의 경우 성인의 6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이 중 3%는 자신의 적정 체중보다 45㎏ 이상이 더 나가는 병적인 비만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근본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비만수술은 미국인 사이에서 체중 감량의 방법으로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술로 인한 체중감량은 몇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감소시키며 심장 기능을 좋게 만든다. 특히 비만인 사람에게 많은 수면중 무호흡 증세가 없어지고 건강관리 유지비가 적게 든다.

성적 욕구도 다시 증가되고 호르몬 이상으로 임신이 불가능했던 여성들도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체중 감량으로 인한 자신감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한 매력이다.

미국에서 5년 전 체중 감량을 위해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2만3100명 정도. 이 숫자는 지금부터 1년 내에 6만31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예상했다.

현재 이러한 수술로 인한 체중감량 성공률은 90% 수준. 그러나 수술로 인한 위험성도 항상 존재한다. 환자의 15%는 수술 뒤 수술부위에 상처가 덧나는 등의 합병증이 나타났고, 0.5∼1%는 수술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

수술 전
비만 수술을 받기 전의 샤론 클랩. 몸무게가145㎏이나 됐다.

수술
클랩씨는 위와 소장을 잘라내는 ‘루엔와이’라는수술을받았다.

수술 후
비만 수술을 받은 후의 클랩씨. 몸무게가 77㎏이나 줄어 평균 체중 68㎏을 유지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욕타임스

▽누가 수술받아야 하나=비만수술은 비만지수(㎏/㎡·몸무게를 키 제곱을 나눈 수치)가 40 이상 또는 40 이하라도 비만 때문에 관절염 우울증 등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 대상.

미국 몬테플로 의료 센터의 비만 수술 전문의인 얼리어트 굿맨 박사는 “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환자의 심리상태를 철저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각한 우울증이나 음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비만 수술을 하는데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굿맨 박사는 “환자는 수술 뒤 급격한 생활의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술 뒤 달걀 크기로 줄어든 위에 적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게 되면 곧바로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이유로 그는 수술과 함께 반드시 심리상담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에 따른 공포를 느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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