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우리누나'

  • 입력 2003년 1월 7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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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언론사마다 2002년의 책이라며 10여권씩 꼽아 놓은 기사가 눈에 띈다. 책 이름을 메모하면서 아이들에게 눈동냥이라도 하라고 하니 “우리들 책은 하나도 없네” 한다. 섭섭하고 속상했다. 내친 김에 2002년의 책을 골라보라고 했더니 주섬주섬 몇 권을 들고 나온다. 그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읽고 나서 참 좋구나 하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무거워 슬쩍 미뤄두었던 책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한다’는 교육받은 양심 속에 감추어진 ‘나는 슬쩍 눈감고 싶다’는 이기심이 여지없이 드러나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누나

오카 슈조 글/카미야 신 그림/김난주 옮김/184쪽/7000원/웅진닷컴(초등 3년 이상)

이 책은 장애인에 관한 6개의 단편을 묶었다. 아니,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하는 6가지 생각이 모여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족끼리 있을 땐 책임감과 사랑으로 한없이 따뜻하게 대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선 한껏 움츠러 든다(우리누나). 다운증후군에 걸린 누나는 ‘절대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는 쇼이치의 말을 무시하고 친구들 앞에 나타난다. 그 누나가 저녁식사를 차려놓은 부엌에서 자지러지게 울면서 ‘에토앙’을 외친다. 식구들은 하는 수 없이 레스토랑에 간다. 누나는 수줍게 가방에서 봉투하나를 꺼낸다. 누나는 복지사업소에서 상자접는 일을 해서 첫 월급을 탄 것이다.

나와 상관없는 경우에는 무시하고 괴롭히다가(잇자국), 세상 사람들 편견에 어물쩍 동조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넘겨 버리기도 하고(귀뚜라미), 못 알아듣는다고 자신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멍). 더 나아가 자신과 조금만 다르면 장애인 취급을 해 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목걸이).

그러나 이 불편함이 이 책이 가진 힘인 것 같다. 이리 저리 미화시키지 않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힘. 인간이 그렇게 나약한 존재라고 인정해야하는 고통을 아이들의 동화에서 느끼는 것은 좀 낯설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고통이 아이들 삶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저지르고 마음에 남은 ‘잇자국’에 아파할 때에야 비로소 다독거리는 손길을 보여준다.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 을 제일 끝에 둔 것도 그 다독임의 한 부분인 것 같다. 뇌성마비 다케시는 친누나의 결혼식에 가고 싶지만 고모로부터 ‘누나의 시집에서 좋지 않게 보면 어쩌느냐’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매형이 될 준지는 다케시에게 ‘꼭 참석해 달라’고 청한다. 준지의 태도를 보면 앞 이야기에서의 무거움이 조금씩 가벼워질 가능성이 보인다.

‘우리 누나는 장애인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주인공의 작문숙제는 ‘하지만…’보다는 ‘그래서…’로 이어질 것 같다.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함께 하는 삶의 시작이니까.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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