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御筆-인목왕후 글씨 첫 공개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17분


조선중기 서풍의 근간이 된 선조의 어필. 선조는 해서에서 한석봉체와 같이 전형적인 필법을 구사했지만 초서에서는 활달한 필력을 휘둘러 뛰어난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조선중기 서풍의 근간이 된 선조의 어필. 선조는 해서에서 한석봉체와 같이 전형적인 필법을 구사했지만 초서에서는 활달한 필력을 휘둘러 뛰어난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어필(御筆)은 왕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단순히 글씨가 아니라 당대 글씨의 기준이었다. 따라서 그 시대 어필을 엿보는 일은 당대 서예사를 통람(通覽)하는 일이며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조선왕조 어필들을 한 자리에 모은 ‘조선왕조 어필전’이 27일 개막해 내년 2월10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에서 열린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과 왕비, 대군과 군, 공주와 옹주 등 모두46명이 쓴 작품 90여점이 선보인다.

출품작은 서첩, 간찰, 현판, 탁본, 병풍, 두루마리 등으로 다양하며 한문과 한글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사군자 등도 소개된다. 내용으로 보면 시(詩)와 유(諭·신하에게 내리는 깨우침의 말), 사(賜·신하에게 선물로 하사하는 글), 제문(祭文), 전(箋·부전지), 소비(疏批·신하가 올린 상소에 대한 답이나 결), 잠명(箴銘·삶의 지침이 되는 경계의 말), 서간(書簡), 서문(序文), 발문(跋文) 등 다양하다.

특히 가족과 사물에 대한 사랑과 정감을 담은 시문이나 편지 글을 통해서는 군왕의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태종, 영조(한글), 명성왕후, 정순왕후, 순명효왕후, 인목왕후 등의 글씨가 최초로 공개된다. 문종,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사도세자, 정조, 고종, 안평대군, 흥선대원군 등 서예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도 대거 소개된다.

예술의 전당측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역사박물관 등 전국 40여개소 소장처에서 작품들을 빌려와 △고려말에 도입된 원나라 조맹부 서체가 유행했던 조선 전기 △한석봉의 글씨가 국서체로 자리잡은 조선 중기 △영 정조 글씨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 △청조 금석학의 영향으로 서체에 일대 변혁이 일었던 조선말기 등으로 시대를 구분해 전시한다. 입장료는 일반인과 대학생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02-580-1300.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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