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탑 돌 해체…1400년전 위용 찾는다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 현장에서 학예사와 기술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익산〓주성원기자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 현장에서 학예사와 기술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익산〓주성원기자
1400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전북 익산시 금마면 가양리 104, 미륵사지(彌勒寺址)로 잘 알려진 옛 절터에서는 역사를 되짚는 작업이 한창이다.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 해체·복원 공사. 절터 한쪽에 덩그렇게 선 철제 건물이 해체가 진행되는 ‘덧집’이다. 그 주위로 줄을 맞춰 늘어놓은 사방 1m 정도 크기의 돌들이 예사롭지 않다. 일련번호와 방위 표시가 꼼꼼히 적혀 있는 이들은 천년이 넘게 이어온 석탑의 몸체들.

덧집 안에는 탑 주위로 세워놓은 거푸집이 있고 작업은 이 위에서 진행된다. 현장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와 기술자 등 17명이 일하고 있다. 기술자들이 돌 하나를 조심스럽게 크레인에 달아 내릴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문화재연구소 윤근일 미술공예실장은 “해체 이후 복원 작업을 위해 사진과 비디오 동영상으로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공정마다 탑과 돌의 모양을 재서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는데 최근까지 829장의 도면이 제작됐다.

해체 공사 전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서탑.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륵사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의 비(선화공주)가 미륵삼존불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동서 172m, 남북 148m에 달하는 터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미륵사에는 동탑과 서탑 등 석탑 2개와 목탑 1개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서탑뿐이다. 지금 있는 동탑은 1993년 화강암으로 새로 세운 것이다. 서탑도 절반은 무너져 내렸고 남은 부분은 일제 강점기인 1915년 일본인들이 콘크리트로 붙여놓았다.

해체 작업에서 콘크리트와 돌을 일일이 정으로 떼어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기계를 사용하면 원래 돌까지 상할까 우려해서다. 수작업이어서 더디다. 윤근일 실장은 “현재 전체 6층 중 위 3개층이 해체됐는데 그 아랫부분은 콘크리트를 바르지 않아 공정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체 돌의 갯수는 3000개쯤 되지만 앞으로 2년이면 해체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는 복원 공사. 97년 말 정밀 진단으로 시작돼 2007년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에 걸친 대 역사(役事)다.

탑을 해체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석탑의 정면과 아래쪽에서 보이는 부분은 정교하게 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충’ 다뤄놓았다는 사실이다. 위정자의 말 한마디에 지루한 공사를 계속해야 했던 석공들에게는 석탑 건축이 그리 탐탁지 않은 일이었을 만도 하다. 익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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