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빚은 예술…시각장애인展 내달 30일까지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7시 57분


이은미양의 점토 작품.
이은미양의 점토 작품<도전>.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그렇다면, 시각 장애인들에게 이미지란 어떤 것일까.

11월30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제4회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전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을 나름대로 형상으로 빚어낸 그들의 작품에 영혼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 특별한 감동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진정한 미술이란, 진정한 예술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과 만난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한국과 일본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만든 50여점. 일본 작품의 주인공들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키나와 현립 오키나와 맹학교와 코베 시립 맹학교 학생들. 한국 작품의 경우 2002년 한해동안 한국시각장애인 예술협회 주관 미술실기 워크샵에 참여한 충무성모학교,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비행기로 시작하여 물고기가 되었다’는 철사로 물고기를 만들고 그 양쪽에 스폰지 날개를 달았다. 이상지군(12)은 “모형 비행기를 만져보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물고기 같기도 해요. 하지만 둘 다 비슷하잖아요. 하늘에서 물에서”라고 말했다.

‘도전’은 18세 시각 장애인 이은미양의 점토작품. 처음에는 새싹을 만들려다 갑자기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것을 다 태워 버릴 수 있는 불이 생각나 불꽃의 모습을 빚었다. 작품 제작과정이 자신에게는 ‘도전’이었기에 그런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이들의 작품은 이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의 예술이다. 보는 것이 불가능한 그들은 ‘보기’이전에 ‘더듬기’를 통해 작품을 만든다. 그들은 눈 대신에 손 끝에 전달되는 촉감과 소리의 울림으로 되돌아오는 청각으로 공간감을 파악해 작품을 만든다.

이 행사를 기획한 서양화가 엄정순씨는 “손으로 만져보면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똑같은데 왜 예쁘다 밉다 하느냐고 묻는 그들과 작업하면서 진지한 영감을 얻었다”며 “폐쇄적이었던 아이들이 작업활동을 통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 갖고있는 치유의 힘도 함께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가면 좋겠다. 02-3277-3151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