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학생 3명 벽화그리기 선행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05분


농촌의 버스정류장을 찾아 다니며 벽화를 그리고 있는 미술학도들. 왼쪽부터 이종현, 정수, 백미리내, 염상선씨 - 광주=정승호기자
농촌의 버스정류장을 찾아 다니며 벽화를 그리고 있는 미술학도들. 왼쪽부터 이종현, 정수, 백미리내, 염상선씨 - 광주=정승호기자
“저희들의 좋은 세상 만들기는 페인트가 남아 있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광주의 한 대학 미술학과 학생들이 허름하고 낡은 농촌의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니며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버스정류장에 ‘행복’을 색칠하고 있는 이들은 전남대 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는 정 수(27·3년), 염상선(26·4년), 이종현(25·3년), 백미리내씨(20·여·2년) 4명. 학과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정류장 벽화 그리기에 나선 것은 불과 한달 전. 여름방학 동안 광주 근교인 전남 담양군을 자주 찾았던 정씨가 잡초가 우거지고 광고 전단이 덕지덕지 붙은 버스정류장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농촌 주민들이 편안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미술학도로서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정씨의 제의에 나머지 3명은 금방 의기투합했다. 프로젝트 이름도 ‘좋은 세상 만들기’로 지었다.

이들의 첫 작품은 지난달 18일 완성한 담양군 대전면 응기마을 버스정류장. 주민들이 편하게 볼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어린왕자나 개구리, 다람쥐 등 동화나 동물을 소재로 그렸다.

지금까지 이들이 완성한 ‘정류장 벽화’는 모두 5곳. 최근에 작업을 끝낸 장성의 버스정류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풍물놀이와 씨름하는 장면으로 꾸몄다. 맏형 격인 정씨는 “수성 페인트와 물통 등을 운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주민들이 ‘고생했다’며 어깨를 두드려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류장 한 곳의 벽화를 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7만∼8만원. 전액 사비를 털어 벽화를 그리기 때문에 이들에겐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페인트 값을 마련해 벽화를 그리겠다는 각오다.막내인 백씨는 “정류장 벽화 그리기가 끝나면 시골 마을 어귀에 세워진 표지석에 그림을 그리고 농촌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허수아비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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