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귀국자녀 어학원 참관기, 영어로 읽고 말하기

  • 입력 2002년 8월 29일 16시 06분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구 귀국자녀 전문 어학원 ‘폴리스쿨’ 후곡점.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7년 동안 살다가 7월 귀국한 우상욱군(초등 4년)은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어학원에서 빌린 페이퍼백 형태의 소설 ‘R. L. Strine’s Ghosts of Fear Street’를 읽고 있었다. 오전 9시 50분 6, 7세반 어린이들 수업을 시작으로 오후 9시까지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이 학원에는 현재 400여명의 귀국자녀들이 수강하고 있다.

우군이 속한 4학년반 수업이 시작되자 외국에서 3∼8년간 살았던 학생 8명이 미국인 교사 제인 리를 중심으로 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이날 수업은 단어(vocabulary)와 작문(writing). 초등학생들은 학년별로 40분씩 주 3회 두 과목씩 공부한다. 번갈아 진행되는 과목은 문법(language) 장편소설(novel) 단편소설(short story) 독해(reading) 등이다.

“영국에 친구가 있는데요(I have a friend in England)∼”, “미국에 갔는데(I went to America)∼”등 대화 속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이 반 학생들의 단어 수준은 만만찮았다. 교사가 내놓은 단어 퍼즐의 정답은 ail(고통을 주다), console(위로하다), cower(움츠러들다), threa-dbare(옷이 낡아 떨어진) 등 고교 영어 수준 이상의 것이었다.

작문시간에는 친구들끼리 쓰는 말과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는 격식있는 말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훈련했다. pretty nice를 wonderful로, a bunch of를 many로, hadn’t를 had not으로 고치는 식이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말하는 능력과 영어로 에세이를 쓰는 능력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이 반의 김모군은 “학교 영어수업 시간에는 너무 쉬워 자꾸 딴 짓을 하지만 어학원에서는 계속 새로운 영어 단어와 표현을 익히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초등학교 1학년반 수업시간. 문법수업을 하던 교사가 만성절(萬聖節) 전야의 축제인 ‘핼러윈’이 언제냐고 묻자 거의 모든 학생이 “10월31일”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분장의상을 입어요(We wear cos-tumes).”,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치겠다는 뜻으로 핼러윈 때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 등 현지문화를 체험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얘기들도쏟아졌다.학생들은 덧붙여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는 “칠면조(turkey)와 으깬 감자(mashed potato)를 먹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칠면조 요리를 먹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수강생들이 갖고 있는 이런 특징 때문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해외 거주 경험이 없으면 귀국자녀 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6세반과 7세반의 경우 해외에서 살지 않았더라도 귀국자녀들과 동일한 영어수준이라고 판정되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폴리스쿨의 알렉스 임 원장은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국내에서 원없이 영어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고양〓김선미기자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