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熱 帶 夜(열대야)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熱-더울 열 夜-밤 야 慾-욕심 욕

濕-축축할 습 晝-낮 주 攝-기를 섭

정말 덥다. 장마가 지나갔는가 했더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만히 있어도 얼굴이 화끈거리며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내린다. 나무 밑은 어떨까 싶어 찾아보지만 어림도 없다. 온 천지가 달구어 놓은 돌덩이처럼 뜨겁다. 자연히 食慾(식욕)도 떨어지고 多濕(다습)한 날씨에 불쾌지수까지 높으니 짜증이 심하다. 장마 덕분에 初伏(초복)과 中伏은 쉽사리 넘길 수 있었지만 다가올 末伏(말복) 넘길 걱정이 작지 않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인가. 하기야 기억으로는 옛날에도 이 정도 더위는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래도 우물 물 한 바가지에 간장 한 숟갈 타서 휘- 저어 마시면 그런 대로 참고 넘길 만 했는데 요즘엔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잘 살게 되어 편리해진 대신 인간의 適應力(적응력)은 그만큼 退化(퇴화)된 것이다.

무더위는 밤에도 지속되어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熱帶夜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의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여름밤을 말한다고 하는데 낮에는 35도를 오르내리니 숫제 熱帶晝夜(열대주야)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高氣壓(고기압)이 발달하여 불더위가 기승을 부려 낮에 실컷 달구어진 지표면의 열기가 大氣(대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잠이기는 장사 없다’고 했다. 잠을 설치게 되면 자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만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게다가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할 생각을 하면 고약한 놈의 잠, 더 줄행랑을 치고 마니….

그래도 이 한여름 현명하게 넘겨야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을 수 있지 않은가. 아니 가을을 맞기 위해서라도 기죽지 말고 무더위와 맞서야 하지 않을까. 지혜를 짜내 보자. 먼저 잠은 억지로 청하지 말고 취침 전 가벼운 운동과 함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누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잠을 유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위를 쫓는다고 공포영화를 본다든지, 커피를 마시면 오히려 중추신경계를 자극시켜 잠을 이룰 수 없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명상이나 심신이완훈련이 더 낫다고 한다.

다음은 攝生(섭생)이다. 음식은 골고루 먹고 물은 하루에 1.5-2리터 정도 마신다. 덥다고 해서 얼음물이나 찬 과일 등을 지나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겸하여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등과 같은 보양식품을 드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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