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분가' 바람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45분


93년 분가된 서울 강남향린교회의 예배 장면
93년 분가된 서울 강남향린교회의 예배 장면
《개신교계에 ‘작은 교회’ 운동이 일고 있다. 아직 미약하지만 신선한 바람이다.

이들 교회의 ‘분가’(分家)는 대형교회보다는 주로 신자 수 1000∼2000명의 중형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해 대형 교회는 다른 지역에 지교회를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모(母) 교회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5월에 발표된 서울 강남향린교회(담임목사 김경호)의 ‘분가 선교안’은 ‘파격적’이다.

이 교회는 재적 인원 200여명, 매주 출석 인원이 12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 하지만 소속 교인 88%의 지지를 얻어 분가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말까지 김경호 담임목사가 인근에 새로운 교회를 지어 나가기로 한 것.

강남향린교회는 93년 모(母) 교회인 향린교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신자 12명으로 분가해 설립됐던 교회로 분가 교회의 규모를 모교회 인원의 15%, 재산의 20%로 규정했다. 분가 지역은 모 교회로부터 10㎞ 이내. 》

98년에 세워진 김포 전원교회 [동아일보 자료사진]

98년 경기 김포에 세워진 ‘김포 전원교회’(담임목사 김명군)도 설립 당시부터 분가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교회는 현재 신자가 500여명으로 1000여명이 넘어서면 교회 재산과 신자를 나눠 분가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교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자 수가 1000여명이 넘어서면 제대로된 목회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처럼 ‘작지만 건강한 교회’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최근 몇 년 사이 정주채 목사가 서울 중앙교회에서 경기 용인 향상교회, 김동호 목사가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에서 높은뜻숭의교회, 박은조 목사가 서울 영동교회에서 경기 분당 샘물교회를 각각 개척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대형 교회에서는 작은 교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갖고 있지만 대부분 지교회를 세워 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들은 담임 목사 세습과 불투명한 재정 운영, 특정인에 집중된 교회 권력 문제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6월 경기 고양시 마두동에 설립된 ‘열방의 빛된 교회’는 대형 교회의 분쟁 과정에서 탄생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에서 탈퇴한 교인 30여명이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모습에 실망해 새롭게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문화연구소’ 이의용 소장은 “이제까지 교회의 분가는 대형 교회보다는 중소형의 작은 교회에서 주로 이뤄졌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한국 개신교계가 교회의 대형화와 사유화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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