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프라이스교수 “신문이 정치냉소 풍조 해소해야”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34분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냉소(cynicism)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창구는 미디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지만 이를 엮어서 공론화하는 것은 올드 미디어, 특히 신문의 몫입니다.”

19일 폐막되는 제52회 세계언론학회(ICA) 학술회의에 참석한 미 펜실베니아대 빈센트 프라이스(정치커뮤니케이션학·45) 교수는 18일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정치와 시민을 잇는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세계 언론학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중진 학자로 꼽힌다. 특히 1996년부터 5년 동안 미국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언론학 계간지 ‘퍼블릭 오피니언 쿼털리(Public Opinion Quarterly)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의사 표현과 변화에 대한 집단의 영향’(Group Influences on Opinion Expression and Change) ‘2000년 미 대선분석’(Campaign 2000) 등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그는 “수많은 매체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시민들에게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시민들을 게시판 수준을 넘어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야한다는 것.

“최근 등장한 인터넷 사이트 중 ‘www.e-thepeople.org’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방관자가 아닌 토론의 주체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광대역 통신망이 어느나라보다 잘 깔려있지만 과연 어느 인터넷 사이트가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는 지 되돌아봐야할 것입니다.”

프라이스 교수는 이런 점에서는 전통적인 미디어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기자가 건넨 명함을 받자 “동아닷컴(www.donga.com)도 정보 전달과는 별도로 중개자(moderator)가 참석하는 토론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9·11 테러 이후 다시 불거진 언론의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는 “수용자들은 콘텐츠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면서 언론의 자유 정도를 ‘적극적’으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는 언론을 보면서 미국 시민들은 자연스레 정부와 언론과의 ‘공조’를 느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이미 수용자들은 언론 접촉을 통해 자연스레 표현 자유의 측정 능력을 기르는 것이죠.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에서의 표현 자유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언론학회 학술회의가 열린 것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한국 언론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언론에 비해 보다 활기찬 역할을 한 것이 세계 언론학자들을 한국에 모으게한 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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