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감추는 맛 있어야 감칠맛이 있는데…

  • 입력 2002년 7월 18일 16시 06분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 한모씨. 살아가면서 별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른다는 점에서 약간은 불운한 편이다. 그녀가 그렇게 된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결정적인 건 남과 나의 경계가 좀 심하게 없다는 점이다.

우선 그녀는 자기 생활을 시시콜콜 남에게 오픈하는 걸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남들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사생활도 걸러내는 법이 없다. 서너 번 만난 사이라도 그녀 마음에 들기만 하면(거의 그런 편이지만) 상대방은 이미 그녀의 개인 신상에 관해 모르는 게 없게 된다.

그러나 당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몇번 인사나 나눈 처지에 상대방의 사생활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는 건 다소 부담스러운 노릇이다. 그래서 모임에 그녀가 나타나면 자기도 모르게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사람들이 생겨나곤 하는 것이다.

좀 더 심각한 건, 그녀가 상대방도 자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음을 열기 바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 당하는 사람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사적인 질문을 꼬치꼬치 해대는 걸 좋아한다. 물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마음 같으려니 해서 아무 사심없이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설령 백 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해도 그런 행동이 환영받기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결국 종횡무진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공세를 피하려면 마주치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그녀는 자연스럽게 ‘기피해야 할 인물’이 되고 만 것이다. 보다 못한 친구가 한두 번 주의를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자기 행동이 어디가 문제라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말해 준 사람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겼다며 친구가 툴툴거렸을 정도였다.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남과 나 사이의 경계가 지나치게 애매해 주변 사람들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타입. 친밀한 인간관계를 이루려면 서로를 100% 열어보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인간관계에서 일정한 경계선과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도 그 공간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때 사생활까지 캐고드는 건, 해서는 안되는 첫 번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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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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