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사건 민주화운동 신청은 잘못”…문부식씨 주장

  • 입력 2002년 7월 11일 23시 39분


19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 문부식(文富軾·43·당대비평 편집위원)씨가 최근 89년 부산 동의대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민주화운동 보상신청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문씨는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7명이나 사망한 사건인데 현장에 대한 진실 입증에 앞서 관련자들이 ‘정치적 인정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화운동 보상신청을 먼저 낸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 20주년’을 맞아 이 달 말 출간할 예정인 첫 저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광기의 시대를 생각함’(삼인출판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5·3동의대 사건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은 관련자들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에 민주화운동 보상신청을 제기, 민주화운동 인정을 받아냄으로써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다.

문씨는 “89년 당시 동의대 사건이 정치적으로 확대됐고, 관련자들의 혐의에는 공권력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우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뒤에 관련자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지, 정치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화운동 인정을 먼저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성급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이 ‘사회적 공론’의 영역에서 용서나 사면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사람의 생명이 사라진 사건인 만큼 먼저 사건의 진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뒤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직접 관련된 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경우 문씨와 관련자들은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에 심의신청을 접수시키지 않았다. 문씨는 이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해도 화재로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사건이기에, 관련자들 사이에 보상신청은 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사람이 죽은 만큼 우리 관련자들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은 보통 사람의 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안의 폭력을 성찰할 때 만이 제도권의 폭력도 제대로 성찰할 수 있으며, 그 부당성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문씨 발간 ‘잃어버린 기억을…’요약▼

문부식씨는 1982년 3월 18일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를 주도해 사형선고를 받고 6년 9개월 만인 1988년12월 석방됐다. 시국사건으로 한 차례 더 옥고를 치른 뒤 현재 계간지 ‘당대비평’ 편집위원 겸 도서출판 삼인 주간으로 있다.

출감 직후 시집 ‘꽃들’을 펴낸 바 있다. 이 달 말 출간되는 문씨의 책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중 민주화 관련 주요 사건에 관한 문씨의 견해를 요약한다.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 20년 전 재판정에서 한 검사는 내게 “피고의 생각이 옳다고 하자. 그렇지만 피고의 형제나 친척이 그 곳에 있었더라도 불을 지를 수 있었겠는가”고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1980년대 말 감옥에서 나왔을 때 나는 일종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적당히 그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 갔다.

돌아 보면 우리들 중에 인간에 대한 폭력을 공공연히 주장하거나 지지한 사람은 없었지만 우리들의 행동이 폭력을 수반하거나 폭력을 유발하는 것이었을 때 그것을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목소리는 의외로 적었다.

자기 정당성이 어느 집단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 집단 속에서 폭력은 옹호되거나 합리화 되기 쉽다. 자신들은 오류가 없다고 믿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폭력은 성찰될 기회를 잃는다.

◇광주 민주화 운동〓지금까지 광주에 대한 이해는 거의 대부분 미국과 군부의‘음모’에서 원인을 찾거나 군부의‘예외적인 폭력’때문이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내면에 감춰진 집단적 욕망은 이 폭력과 무관한 것인가. 그런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이 안전하게 보장받기를 내심으로 기대하면서 폭력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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