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왕사 이대의 사장 회고록 '나와 검인정 교과서'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39분


교과서 출판의 제 1세대인 이대의 장왕사 사장(82·사진)이 교과서 출판에 얽힌 일화 등을 정리한 회고록 ‘나와 검인정 교과서’(중앙출판공사)를 펴냈다.

이 사장은 “한국 출판의 뿌리가 교과서 출판인데도 최근에는 모두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출판 역사 정리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고록을 내게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일본 메이지대에 유학 중 학병문제로 귀국했다가 해방을 맞자 1945년 10월 출판사를 설립해 지리 물리 동양사 교과서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50여년간 교과서 출판을 이끌어왔다.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오프셋 인쇄기를 열차에 싣고 대구로 내려가 미국이 원조한 종이로 초등학교용 전시 독본을 생산하기도 했다. 1956년 제1차 교육과정 개편때는 62개 출판사 중 최다인 56종이 검인정에 통과되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 정부가 유신정책에 따라 검인정교과서를 국정 또는 단일본으로 정해 유신에 맞도록 수정하면서 이 사장을 비롯해 교과서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1977년 교과서 출판사들이 세금 221억원을 탈루했다고 발표한 ‘검인정교과서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이 사건에 연루된 출판사들이 소송을 제기해 1990년 대법원에서 ‘강압에 의한 과세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내 뒤늦게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117개 교과서 출판사 중 96개가 아예 문을 닫거나 교과서 업계를 떠나 30여년간 축적한 자본 기술 경험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나라 출판문화가 10년 이상 후퇴했다고 이 사장은 안타까워했다.

이 사장은 “교과서 출판은 인쇄 제본 편집 등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산파역”이라면서 “출판 문화 발전과 교육 향상을 위해서 교과서 출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로출판인 109명이 회원인 사간회(思刊會·회장 정해상 겸지사 대표)는 4일 낮 12시 서울 서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이 사장의 회고록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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