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 ‘아름다운 한글서예’ 펴낸 혜전대 심응섭교수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43분


“그림이야, 글자야?”

그의 한글 서예작품을 접하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관찰하면 그 속에 녹아있는 철학적 의미와 예술성에 혀를 내두른다.

‘그림 글자’라는 독특한 한글서예의 영역을 구축한 충남 홍성의 혜전대 심응섭(沈應燮·59·행정학) 교수가 최근 자신의 주요작품을 집대성한 ‘아름다운 한글서예’라는 작품집을 펴냈다.

그의 글씨는 한글을 형상이나 의미에 따라 그림처럼 표현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한문의 일부가 형상에서 발전됐다면 심 교수는 소리글자인 한글을 형상으로 만드는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라는 글자의 경우 두 글자를 하나로 합해 그림처럼 그렸는데 독일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베를린 장벽 위에서 사람이 깃발을 휘날리는 모습과 같다”고 대답하더라는 것.

이 때문에 그의 한글 서예는 형상화라는 기법 때문에 또 하나의 ‘세계 공용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늘빛’이라는 호를 가진 심 교수는 어려서부터 한문 서예를 익혀 20대에 전남도전에서 입선까지 했지만 어느 순간 한글을 발전시키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진로를 바꿨다.

그의 서체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인들이 참여하는 문화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서예 문인화 초대작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는 또 베를린 베이징(北京) 도쿄(東京)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15차례의 전시회를 가져 해외 언론들로부터 “한글 문자가 예술이 되다(독일 언론)” “한글의 진수에 접하다(일본언론)”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 교수는 “이 서예집이 월드컵으로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자의 우수성과 이를 만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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