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책]서울대 신민섭교수 아동심리 이해 다룬 책 펴내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0분


‘아이들의 그림에는 마음이 숨어있다.’

아이들은 언어 능력이 덜 발달해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림을 통해 자신의 느낌이나 소망을 표현하곤 한다.

이 때문에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은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의 성격과 지능 소망 등을 분석해 왔다.

그러나 지금껏 국내 학자들은 주로 서양의 교과서에 따라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해 왔기 때문에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서울대 의대 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85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1만여명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은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학지사 간)를 펴냈다.

신 교수는 “서구와 우리나라는 문화적 배경이나 가족 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그림은 우리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출간 동기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림에는 마음의 무의식적인 부분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분석하면 마음에 병이 있는 아이들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그림을 통해서는 신체의 발달단계나 지능의 정도도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일정한 단계를 거치는데 나이에 맞지 않게 이상하게 그리면 신체 발달장애, 지능 이상, 정신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

신 교수는 이번 책에서 ‘집 나무 사람 검사(HTP)’와 ‘운동성 가족화 검사(KFD)’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했다.

두 가지는 그림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는 ‘투사적 그림 검사’ 중 대표적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주제를 주고 마음껏 그리게 하는 것이다.

즉 아이에게 A4용지 크기의 백지와 연필 지우개를 주고 주제를 정해준 다음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한다. HTP는 집 나무 사람을 각각 그리게 하고 KFD는 가족을 함께 그리게 하는 것이 다르다. 둘 모두에서 아이가 “지우개로 지워도 되나요” “하나 이상 그려도 되나요”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해도 “네 마음대로 그리면 된다”고 말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그리도록 한다. 주위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면 안된다.

▼마음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의 요소▼

마음 상태그 림
공격심 경쟁심공, 던질 수 있는 물건, 빗자루, 먼지떨이 등
애정 온화 희망태양, 전등, 난로 등 빛이나 열과 관련된 것.그러나 너무 강력하고 파괴적일 때에는 애정이나 보살핌을 요구하거나 증오심을 나타냄
분노 거부 적개심칼, 총, 방망이, 날카로운 물건, 폭발물 등
힘의 과시자전거, 오토바이, 차, 기차, 비행기 등
우울감비, 바다, 호수, 강 등 물과 관계되는 것

신 교수는 “그림은 아이들의 주위 환경과 가족 관계, 정신적 요소 등을 고려해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그림만 분석한다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곧바로 알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이 가족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방법을 통해서는 발달장애나 성격장애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림을 이상한 순서로 그리면 사고장애나 전반적 발달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은 종이의 3분의 2 정도 크기로 그리는데 너무 작게 그리면 지나치게 수줍어하고 자신감이 없는 것이지만 너무 크게 그리면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크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마음의 병일 수도 있다. 대칭성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뇌기능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전문가가 여러 요소를 고려해 그림을 해석해야 아이의 느낌이나 소망, 정신 발달단계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부모도 HTP나 KFD 등의 원리를 알면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

▼나이별 그림그리기 단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나이 별로 일정한 단계를 거친다.

보통 생후 18개월에서 세 돌 때까지는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고 벽지나 장판에 그림을 그려서 주부들을 성가시게 한다. 이때 낙서는 손을 통해 지능을 발달시키는 단계이므로 무조건 말리는 것보다 종이를 주는 등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3, 4세가 되면 낙서가 조금씩 형태를 갖추며 아이들은 ‘그림 같지 않은 그림’을 가리키며 “엄마, 이것은요…”하며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

4∼6세 때에는 형태가 도무지 사람을 닮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다.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고 선을 몇 개 긋는 수준이다.

6세 무렵이 되면 머리와 몸통을 따로 나누어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발가락이나 손가락 치아 눈썹 머리카락 귀 등을 그린다.

6∼9세 때에는 그림 그리는 능력이 빠르게 발달하고 사물을 구분해서 그리며 색깔을 제대로 맞춰서 그린다.

9∼12세에는 원근감을 표현하는 등 그림을 제대로 그리며 ‘세기(細技)’가 갖추어진다.

6세 이후의 아이들 그림을 보면 심리상태나 가족에 대한 소망 등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할 때에는 어느 정도로 잘 그렸는가 보다는 어떤 요소가 들어가거나 빠졌는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7세가 넘었는데 사람의 신체비율을 못맞춘다든지 자신의 연령에 맞도록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지능 발달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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