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보다 높은 세계의 벽…중국축구 실력차이 절감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13분



중국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대패해 2패로 사실상 예선 탈락이 확정된 8일. 중국에서 건너와 경기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던 1만5000여 중국 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자국 선수들에게 승리의 순간 못지 않은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

사실 중국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잃을 것이 없었다. 중국이 비록 13억이라는 인구 대국이지만 월드컵은 첫 출전이었고 누구도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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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았다. 중국은 아시아축구의 양대 산맥인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확정된 뒤 2002한일월드컵을 본선 진출의 절대적 호기로 판단했다. 그 결과 ‘월드컵 청부업자’로 불리는 유고 출신 보라 밀루티노비치를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결실을 맺는데 성공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중국선수 중에는 유럽과 남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어 전력 노출이 덜돼 비장의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며 중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기대가 높아갔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패한 뒤 일본이 벨기에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한국이 폴란드를 꺾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때 깊은 좌절감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현실주의자답게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빨랐다. 이날 브라질에 패한 뒤 대부분의 중국 기자들은 “한국이 6번이나 월드컵에 진출한 끝에 이제야 겨우 1승을 거두지 않았느냐. 중국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발전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 남방체육지의 알레인 왕 기자는 “애초부터 중국의 16강 진출은 불가능한 목표였다”며 “그러나 브라질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할 수 있고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확인한 것만 해도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체육전문 방송인 CCTV-5의 축구전문 아나운서 류지엔홍은 ‘10년 양병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에 5번 출전할 동안 1승도 못 챙겼고 0-5 참패도 맛본 한국이 10년이상 공을 들인 결과 이번 대회에서 결실을 얻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국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그럴 경우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월드컵이 지날 때쯤 중국축구가 월드컵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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