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잃을 것이 없었다. 중국이 비록 13억이라는 인구 대국이지만 월드컵은 첫 출전이었고 누구도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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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았다. 중국은 아시아축구의 양대 산맥인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확정된 뒤 2002한일월드컵을 본선 진출의 절대적 호기로 판단했다. 그 결과 ‘월드컵 청부업자’로 불리는 유고 출신 보라 밀루티노비치를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결실을 맺는데 성공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중국선수 중에는 유럽과 남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어 전력 노출이 덜돼 비장의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며 중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기대가 높아갔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패한 뒤 일본이 벨기에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한국이 폴란드를 꺾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때 깊은 좌절감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현실주의자답게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빨랐다. 이날 브라질에 패한 뒤 대부분의 중국 기자들은 “한국이 6번이나 월드컵에 진출한 끝에 이제야 겨우 1승을 거두지 않았느냐. 중국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발전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 남방체육지의 알레인 왕 기자는 “애초부터 중국의 16강 진출은 불가능한 목표였다”며 “그러나 브라질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할 수 있고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확인한 것만 해도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체육전문 방송인 CCTV-5의 축구전문 아나운서 류지엔홍은 ‘10년 양병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에 5번 출전할 동안 1승도 못 챙겼고 0-5 참패도 맛본 한국이 10년이상 공을 들인 결과 이번 대회에서 결실을 얻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국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그럴 경우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월드컵이 지날 때쯤 중국축구가 월드컵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