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과 50년' 강대관씨 "팬이 있는한 재즈연주 계속"

  • 입력 2002년 5월 14일 15시 55분


반세기 넘게 트럼펫을 잡았으니 ‘득도’할 만도 하다. 그러나 나이가 나인지라 2시간 무대에 서고 나면 눈이 핑그그르 돌고 머리가 띵하고 숨이 차다. 하지만 내 멋대로 재즈를 연주할 수 있다는 기분에 청중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씨(68). 서울 대학로 라이브 재즈카페 ‘천년동안도’에서 일교일과 화요일 밤에 연주한다. 3월부터는 셋째주 수요일 저녁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빌딩 3층 무료공연무대 ‘재즈파크’에 서고 있다. 한국 재즈 1세대가 인근 직장인을 위해 여는 무대로 이달 공연은 15일 오후 7시반. 문의 02-528-3355. 드럼 최세진(72) 트롬본 홍덕표(73) 클라리넷 이동기(66) 피아노 신관웅(58) 콘트라베이스 장응규(49)도 만날 수 있다.

김씨는 “담뱃값 정도 번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요즘 젊은이들과는 실력 차이 때문에 호흡을 맞추기 힘들 때도 있다”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이들도 현악기나 전자악기만 연주하려할 뿐 힘이 들고 불기 어려운 트럼펫은 거들떠 보지 않는다고.

강씨가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부산 해동중학교 1학년 때. 조숙한 나이의 학생들이 그러하듯 조회시간마다 애국가나 행진곡을 연주하는 밴드부 형들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밴드부에 합류한지 몇 달 안돼 한국전쟁으로 휴교가 되자 위문단에 섞여 트럼펫을 불었고 해동고에 진학해서도 밴드부에서 활동했다. 동국대 재학시절엔 학비를 벌기 위해, 해병대 3년간은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잡았다.

“제대 후 미8군 쇼단에서 본격적으로 재즈활동을 했어요. 재즈의 맛은 연주 중간중간 애드립(즉흥연주)할 때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빨리, 나쁘면 신경질적으로, 그저그러면 깊은 숨을 내쉬며 분위기를 잡기도 하지요.”

TBC악단이 창단될 때 당연히 합류했지만 4형제 뒷바라지 하느라 오래있지는 못했다. 그는 함께 활동한 이봉조씨가 단원들에게 잘해주고 정이 있어 많이 몰려다니기도 했지만 단원들이 월급이 적어 생활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낮엔 녹음실에서, 밤엔 카바레에서 연주했는데 1971년 대연각 화재 전 이곳 1층에 있던 무학성 카바레에서 김광수악단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다시 KBS 전속악단에 들어갔다가 85년 퇴직했다. 그가 현재 이끄는 악단은 초기 뉴올리언스 재즈시대의 악단이름을 딴 7인조 ‘딕실랜드 재즈밴드’. 옛날 재즈클럽에 가면 청중 보다 연주자가 많은 때도 있었는데 5년전부터 마니아가 많이 늘었다.

특히 ‘심금을 울리는 높은 소리’를 내기 위해 트럼펫 연주자는 힘이 좋아야 한다. 젊어선 슈퍼맨이란 별명도 얻었다. 지금도 폐활량을 유지하기 위해 오전 6시면 용산구 보광동 집을 나서 2시간 정도 남산을 오르내린다.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뒤부터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기 때문에 남들은 열 살 아래로 본다.

“재즈하는 사람은 철학자처럼 배고프지만 좋아서 하기 때문에 곁에서 말릴 수 없어요. 재즈를 들으며 흥겨워하는 이들을 위해 연주할 겁니다. 기쁨이고 영광이지요.”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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