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휘어잡는 김지숙의 '두 여자'를 보고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0분


아이를 낳지 못하는 맏며느리 영순(김지숙·오른쪽)과 첩으로 들어온 경자(서정)
아이를 낳지 못하는 맏며느리 영순(김지숙·오른쪽)과 첩으로 들어온 경자(서정)
《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두 여자’(유상욱 극본, 윤우영 연출)는 ‘김지숙을 위한 작품’이다. 여럿이 출연하는 정극에서 그는 유독 돋보인다.

그 이유는 작품속 인물과 동일화하는 탁월한 연기력에 있다. 혼자 극을 이끌었던 모노드라마 ‘로젤’에서 수십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김지숙의 힘’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두여자’는 1994년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두여자 이야기’를 연극으로 재구성한 작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맏며느리 영순(김지숙)과 남동생 학비를 위해 첩으로 들어온 경자(서정)의 일대기다. 한국전쟁 직후 고집센 최씨 가문에서 ‘악연’으로 만난 두 여인. 영순은 경자의 아이를 키우고, 경자는 남편이 죽자 사랑이 그리워 작부로 전락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 기댄다.

국회의원이 된 아들을 기다리며 바닷가에 머물던 영순이 경자의 영혼과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 자신이 두부장사, 삯바느질로 키운 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된 경자가 눈물을 머금는 모습은 이 시대 어머니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무대 바로 앞에 물가를 만들어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극 중간에 시어머니와 시누이 등을 인형극으로 보여준 것은 색다른 시도였다. 영순과 경자 외의 인물들을 실루엣으로 처리해 두 여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 부분도 돋보였다.

하지만 젊은 아낙에서 노인까지 수십년의 세월을 1시간여의 연극에 담는 것이무리였을까. 작품이 진행되면서 무리한 축약으로 극의 흐름이 끊긴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지숙의 상대역인 영화배우 겸 탤런트 서정도 연극 데뷔무대여서인지 아직은 버거워보였다. 온몸을 던지며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여인으로 열연했지만 시선처리와 발음이 부정확했다. 토 오후 3시 7시반, 일 오후 3시. 1만∼3만원. 02-790-6295, 1588-7890.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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