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청소년 자살예방대책

  • 입력 2002년 5월 2일 14시 15분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여고생의 자살, 왕따 등을 소재로 다룬 영화 '여고괴담2'의 한 장면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여고생의 자살, 왕따 등을 소재로 다룬 영화 '여고괴담2'의 한 장면
“그 아이는 자살할 이유가 없는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놀라운 것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모나 학교 친구들도 별다른 자살 동기를 집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4월 19일 인터넷 자살 관련 사이트에서 만난 30대 남성과 동반자살한 여고생 2명에 대해서도 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성적이 좋은 모범생이었다” “서클활동을 열심히 하는 평판좋은 학생이었다”며 자살 소식을 놀라워했다.

꽃다운 10대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가 뭘까. 미리 알아차리고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한국청소년상담원(www.youconet.or.kr)이 펴낸 청소년 상담문제 연구보고서 ‘청소년 동반자살’에 따르면 자살 행동 자체에는 몇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이것을 뒤집으면 바로 자살 예방책이 된다.

① ‘예고’ 없는 자살은 없다〓“세상이 싫다” “죽고 싶다” “죽음 다음엔 무엇이 올까” 등 자살 의도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하거나 일기를 통해 암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넌지시 던지는 살려달라는 ‘최후의 호소’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 예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 예고를 심각하게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② 자살 충동에 사로잡히는 시간은 짧다〓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시간은 몇시간이나 며칠이지 몇 달 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③ 자살할 생각을 이겨 나가도록 적정 난이도의 ‘과제’를 줘라〓평소에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길러줘야 한다. 자살 충동은 그저 죽기만 하려는 충동이 아니라 죽으려는 욕망과 살고픈 욕망이라는 극단적이고 상반된 감정의 복합물이다. 삶의 욕망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자살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자살충동에 사로잡히지 않게 가까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주면서 이겨내게 하는 것이 좋다. 적정한 난이도의 일이어야 하고 뜻있는 일이어야 하며 여차하면 도움이 간다는 지원체제가 있어야 한다. 어려움을 겪게하되 거친 바다에 혼자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④ 대부분의 자살은 사람 때문이다〓그냥 살기 싫어서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 헤어진 애인이 그리워서, 억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미운 어머니에게 항의하고 복수하려고 자살한다. 자살은 중요한 인간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것이 발단이 된다. 대인관계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개 조용하고 말이 없기 때문에 보통 때 문제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자살을 막는 것도 사람이다. 인간 유대란 반드시 끈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아는 사이 정도만 되더라도 자살을 선택하는 외톨이를 막을 수 있다.

⑤ 자살은 전염된다〓자살은 같은 처지, 비슷한 정황에 놓인 사람에게 ‘전염’ 효과를 갖는다. “역시 죽음이 해결책이야”는 ‘본보기’를 보기 때문이다. 후속자살 동반자살 집단자살이 그래서 생긴다. 자살이 발생하면 그 주위에 비슷한 ‘자살 후보’ 집단을 주의깊게 살펴 경계해야 한다. 자살한 10대들이 남긴 유서를 보면 폐쇄적인 또래 관계 때문에 문제를 보는 시각이 좁아서 자살이란 방법 이외의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또 감수성이 예민해 친구들의 문제에 쉽게 동조하고 “함께 죽자”고 결의할 정도로 동료의식이 강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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