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JAPAN]서울재팬클럽 "한-일 잇는 다리가 됐으면"

  • 입력 2002년 4월 24일 15시 10분


한국과 일본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는 단체가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만든 친목 단체 ‘서울 재팬 클럽(Seoul Japan Club)’.

지난해 이수현씨가 일본 지하철역에서 목숨을 잃었을 때 SJC는 1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이씨의 부모에게 전달했다. 또 SJC 위원회를 소집해 회원 모두가 이씨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여름 물난리가 날 때마다 SJC는 이재민에게 구호품과 성금을 내놓는다. 분기별로 바자를 열기도 하고 각종 봉사활동에도 자주 참여한다. 한국과 조화를 이루려는 작은 일본인 모임, 그 모임이 바로 SJC다.

“SJC는 기본적으로 일본인들의 친목단체입니다. 매달 위원회별로 한번씩 모임을 가지죠.”

SJC의 김종선(金種先·71) 사무국장은 SJC를 통해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이 친목을 다지고 정보도 교환한다고 소개했다.

70년대 초 한국에 근무하는 일본인 50여명이 ‘일본인회(日本人會)’를 만든 게 SJC의 전신이다. 당시는 낯선 한국에 나와있는 일본 기업인들끼리 서로 알고 지낸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현재는 306개 기업과 1500여명의 개인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서울에 사는 일본인을 1만여명으로 볼 때 일본인 5명 중 1명은 SJC 회원인 셈.

SJC는 일본인 회원간 친목 도모 외에 또 하나의 중요 기능이 있다.

1년간 일본인 회원들이 기업활동을 하는데 애로사항들을 모아 매년 10월 한국 정부에 제출한다. 일본 상공회의소를 대신해 한국 정부를 향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것.

“역사교과서 문제나 일본 천황의 신사참배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죠. 양쪽 입장을 조율하는 게 저의 역할이니까요.”

지난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한국에 왔을 때 김 사무국장은 초긴장 상태였다. 반면 일본인들은 무덤덤했다. 일본 기업을 전투경찰이 둘러싸고 있어도 일본인들은 불평이 없었다. 김 사무국장은 ‘일본인들은 자신의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과 조화를 이루려는 성격’이라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인은 한국에 우호적입니다.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매우 ‘적극적’이라고 곧잘 말하죠.”

그는 화려한 주연보다 눈에 띄지 않는 조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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