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馬문화학회 내달 공식 출범

  • 입력 2002년 4월 5일 19시 01분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는 말(馬)과 함께 해왔다. 영토의 확장, 생활문화의 발전 등 말은 인류문명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한국사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말의 역사, 말의 문화사를 총체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한국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자 한다.”

말띠 해를 맞아 말과 정치, 말과 권력, 말과 전쟁, 말과 일상, 말과 문화예술 등 말의 문화사를 집중 연구하는 연구단체가 국내에서 처음 생긴다. 남도영 동국대 명예교수, 조병로 경기대 교수, 이존희 서울역사박물관장, 오상학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 이상태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 등 사학자 2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한국마문화(馬文化)학회’. 5월 중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발기인들은 창립 때까지 고고학 미술사학 민속학 지리학 동물학 등 관련 분야 학자 200여명이 가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에선 구석기시대부터 말이 존재했다. 청동기시대에 들어서 가축으로 사육됐고 삼국시대에 이르러선 군사 교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말의 갈기나 꼬리 가죽 등은 군수품 일상생활용품으로 활용됐을 정도로 우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또한 조선시대 영조가 “말이 없었으면 북방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민족문화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한민족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한국마문화학회를 만든 것은 말이 한국사 연구에 있어 이처럼 중요한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그간 몇편의 논저가 있었으나 아직 초보 수준이다.

한국마정사(馬政史) 등 말의 문화사를 연구해온 남 교수는 “외국 학계에서는 말의 문화사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데 우리만 미진하다”면서 “학제간 연구로 말의 문화사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마문화학회는 우선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선 실학자들의 문집이나 목장 관련 자료 등을 샅샅이 뒤져 말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마정사 목장사를 비롯해 회화 민속 문학 등 각 분야별로 말의 문화사를 서술해 나갈 야심을 야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을 대상으로 말의 역사, 말과 국방, 말과 전쟁, 말과 교통, 말과 민속, 말과 회화, 각종 전통 마술(馬術) 등 흥미로운 주제를 잡아 교양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문의 031-704-9413.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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