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발언과 당시 분위기…언론소유 구조에 불만 표출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19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메이저 신문 국유화’ 발언 논란은 진위와 관계 없이 당시 여권 핵심부에 광범위하게 펴져 있었던 언론관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실제로 노 후보가 8월1일 이런 발언을 한 것을 전후해 여권 핵심인사들은 동아일보의 소유구조 문제 등에 대해 ‘동아일보는 공적 자산’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주주를 바꿔치우더라도 동아일보 간판은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얘기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8월 1일이란 시점은 이미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 명예회장의 부인이 별세(7월14일)한데 이어 김 명예회장이 퇴진(7월27일)하고 난 뒤”라며 “그런 점에서 김 회장에 대해 또 다시 퇴진 발언을 한 것은 소유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근본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 문제를 거론한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언론사의 소유구조 문제가 중점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도 대주주들로 하여금 언론에서 손을 떼도록 항복문서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6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자마자 민주당 내에 언론사 소유지분 문제를 다루기 위한 언론발전위가 구성된 것이나 일부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기간행물 등록법 개정이 추진된 것도 모두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것들이다.

노 후보 자신도 7월1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언론이 단순한 사유재산이 아니고 국가의 공공적 재산이라고 한다면 (언론사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제도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권 핵심인사들은 사석에서 “메이저 언론사들이 거액의 세금을 낼 돈이 있겠느냐. 주식이라도 팔아야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유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었다.

결국 이런 여권 핵심부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여과없이 노 후보의 발언을 통해 표출됐다는 것이 여권 안팎의 시각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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