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의 에로티시즘]식품회사 '다농'의 "상상력의 힘"

  • 입력 2002년 3월 21일 15시 17분


‘마음이 아프다’라는 직설적 문장으로 표현할 것을 우리는 ‘마음에 멍울이 졌다’라는 비유적 문장으로 표현하여 여운을 주고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뒤 문장이 앞 문장과 동일한 의미로 느껴지는 것은 멍울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와 이미지가 이미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빗대어 표현하는 장치로서의 메타포는 빗대어지는 사물의 속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시인들이 살아있는 메타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사물의 새로운 속성을 발견해 내는 통찰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핍박받는 서러운 존재에서 자발적 의지를 가진 주체로 민중이 탈바꿈한 것은 같은 풀을 다르게 묘사한 시인 김수영을 통해서였다. 죽은 메타포가 새로운 메타포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림 이미지에서도 물론 메타포의 활용은 두드러진다. 특히 그림 이미지는 형태로 인식되기에 비주얼 메타포를 잘 활용할 경우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는 강점이 있다. 유럽, 미국과 함께 크리에이티브의 명가를 이루고 있는 브라질에서 제작된 식품회사 다농(DANONE)의 광고를 예로 들어 보자.

배와 복숭아의 일부분을 클로즈업 해서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형상화했다. 물오른 20대 처녀의 팽팽하게 돌출된 가슴과 유두 그리고 탱탱하고 섹시한 엉덩이, 마치 실제 여성의 몸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물오른 20대 처녀의 이미지는 물 많은 과일 배와 수밀도라는 복숭아의 이미지와 너무나 적확하게 짝을 이룬다.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건강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인데, 재료로 사용되는 과일을 메타포로 활용함으로써 제품과의 관련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했다. 남미 특유의 성적 상상력과 판타지가 있었기에 식품광고에서도 이처럼 예술품에 손색없는 에로틱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과일의 결과 잔 솜털까지 포착하여 마치 여성의 피부처럼 형상화한 디테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공기처럼 접하는 광고는 이처럼 메타포로 가득 차 있다. 그 메타포를 통해 신분상승이나 일탈을 꿈꾸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광고 뿐만이 아니다. 초봄, 마른 가지에 움 트는 모습은 특히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몸이 아픈 사람에겐 위안과 희망을 주는 메타포가 될 것이다. 알고 보면 이 세상은 메타포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성경을 따른다면, 이 세상 자체도 하나님의 메타포 아니던가. 알게 모르게 우리는 메타포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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