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C조선-서양 사회상 비교한 '18세기 연구' 연속대담 화제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02분


18세기의 조선과 서양의 사회상을 비교 분석한 연속 대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반년간 학술지 ‘18세기 연구’(태학사)는 2000년 제2호부터 최근 출간된 제4호까지 ‘18세기 동양과 서양’을 주제로 연속 대담을 실시했다. 이 대담은 이태진 교수(서울대 국사학과)가 사회를 맡고 금장태(서울대 종교학과) 김영한(서강대 사학과) 김효명(서울대 철학과)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이동렬(서울대 불문과) 정정호(중앙대 영문학과) 조병한 교수(서강대 사학과) 등이 참여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종교학, 역사학, 철학, 한문학, 영문학, 불문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의견을 교환한 것은 드문 일이다.

대담 참석자들은 18세기 조선과 서양의 사회상에 ‘닮은 구석’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의 ‘조선왕조실록’을 분석한 결과, 기온 하락과 농작물 수확 감소 등 기후 상태가 불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같은 시기 독일에서 생산된 전단(傳單)의 자연이상현상을 묘사한 그림과 거의 일치했다는 것. 이런 천재지변을 조선에서는 사람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하늘이 견고(譴告)하는 것으로 봤고, 유럽 역시 악천후로 폐농이 속출하자 악마의 사주로 해석하는 등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프랑스 귀족들이 살롱과 카페를 사교생활의 중심지이자 대화의 주요공간으로 사용한 것과 조선 문인들이 시사(時事)와 관련해 집단별로 의견을 모아 자기들의 정치투쟁목표 관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비슷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합리성’ ‘과학성’을 중시한 서양의 이성과 ‘정당성’ ‘도덕성’을 중시했던 동양의 이기(理氣)철학 성리학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담 참여 학자들의 견해다. 서양의 이성은 비판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동양의 이(理)는 윤리 도덕에만 경도돼 과학의 발달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또 서양은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사관’을 갖고 있었으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중시한 동양은 복고 성향이 강해 변화가 느렸다는 것.

김영한 교수는 “서양인이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려고 했다면 동양인은 가만히 앉아서 정신통일을 통해 날려고 했다”며 “방법을 통해 외적인 해결을 시도하는 서양에 비해 동양은 내면의 합일정신을 중시한 것이 다른 점”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았던 이태진 교수는 “서양의 이성주의가 인류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그 폐단과 한계상황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번 대담을 통해 동양의 도덕주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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