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위한 라이브카페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하우스'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31분


“3학년5반(35세) 미만은 나가주세요.”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에 위치한 카페 ‘오페라 하우스’는 ‘도심 속의 미사리’다. 낮에는 카페지만 밤에는 중년을 위한 라이브 공연장으로 바뀌는 것. ‘중고’ 가수들과 통기타 선율이 어우러지며 1970∼1980년대 추억을 더듬는 공간이 된다.

4일 오후 7시40분,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라이브 공연이 시작됐다. 1980년대 초반 ‘아야 우지마라’라는 노래로 활동했던 황경숙씨가 작은 무대 위에 오르자 몇몇 관객은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거나 박수로 맞이한다.

140여석의 좌석이 거의 다 찬 밤 10시경 1970년대 포크 음악의 대표주자였던 서유석씨가 등장했다. 서씨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4, 5학년(40, 50대) 학생들을 위해 3학년(30대) 학생들은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농담을 던진 뒤 “도심에 중년들이 즐긴만한 공간이 생긴게 너무좋다”고 말했다. 서씨가 특유의 구수한 목소리로 ‘가는 세월’ ‘행복의 나라’ ‘그림자’를 열창하면 어느새 객석은 ‘합창’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이어 매혹적인 보컬의 가수 이미배를 비롯해 신인 가수 이선민 등 5∼6팀이 새벽 2시까지 라이브 무대를 진행했다.

라이브 공연장의 주요 고객은 30대 후반∼50대 부부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본 뒤 잠시 들러 음악을 듣고 가는 사람도 있다. 가끔 이곳을 찾는다는 김정민씨(43·서울 개봉동)는 “서유석 이미배씨 등 요즘 TV에서 만나기 어려운중년 가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라이브 무대가 마련된 것은 지난해 11월. 입소문이 나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 중년부인 등 단골이 생겼지만 아직은 적자다. 공연관람 요금을 별도로 받지 않는데다 음식값도 저렴하게 책정했기 때문.

지배인 최정일씨는 “가수들의 출연료만 월 2000만원이 들지만 고급스러운 라이브 카페를 고수할 생각”이라며 “서울 도심에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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