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록볼록 블록놀이 창의력이 '쑥쑥'

  • 입력 2002년 2월 5일 16시 39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 정우, 도연, 세헌, 예현(7)은 요즘 일주일에 한 번 방문선생님과 함께 블록 만드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이게 눈 결정체 사진이야. 결정체는 온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단다. 한번 블록으로 만들어볼까?”

아이들은 금세 숨소리도 안들릴 만큼 ‘제작’에 몰두했다.

세트에 따라 4만원에서 43만원까지, 성인용 블록의 경우 100만원대에 이르는 이 케이넥스 블록은 미국에서 수입된 지 1년여만에 서울 강남, 목동 등과 분당신도시 학부모 사이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헌이 엄마 이성우씨(37)는 “손을 많이 쓰게 되는 데다 영어비디오처럼 오래해도 해롭지 않을 것 같아 아이에게 권장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우레탄 소재로 국내 업체에서 만든 ‘4D 블록’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블록의 교육적 효과와 연령별 적정제품 등 궁금증을 풀어본다.

▽학습효과&주의점〓각 유아교육학회가 그림책, 퍼즐, 공 등 여러 장난감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블록을 꼽은 어린이의 수가 1,2위를 다툰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효과 면에서도 ①상상력, 창의성 등 인지 발달과 공간지각개념 발달 ②협동놀이를 통한 사회성 발달 ③일정한 답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완성품에 대한 성취감 맛보기 ④손가락 조작 등을 통해 신체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의할 점도 있다.

숭실대 황선욱 교수(수학과·한국창의력교육개발원 대표 )는 “아이가 애써 만든 완성품을 옆집, 같은 반 친구와 비교하지 말 것”을 첫 번째 경계할 점으로 꼽았다.

“○○는 집을 이렇게 높게 잘 만들었는데 너는 왜 벽도 쌓지 않았니?” 식의 질문은 블록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데 찬물을 끼얹게 된다. 세트 구입도 피한다. 유아가 실제로 흥미를 갖고 작업에 몰두하는 블록은 많아야 3종류. 각 제품끼리 호환이 불가능한 만큼 차라리 조각이 많은 1, 2가지 제품을 집중해 사주는 것이 경제적이다.

당장의 학습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금물. 입체, 공간적 사고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두정엽은 대체로 만 5세 전후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보다 어린 경우 좋은 장난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수학적 사고를 기르도록 구성된 학습지와 더불어 블록을 이용할 경우 선생님이나 부모가 수업을 주도하지 않도록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과정을 마무리할 욕심으로 블록을 만들어 준 뒤 수학공식이나 이론을 들이대면 아이가 흥미를 잃어버린다.

▽연령대별 선택요령〓이화여대 김희진 교수(유아교육과)는 “2세 이하에게는 탄성력이 있는 우레탄이나 헝겊으로 스펀지를 감싼 스펀지 블록 등 던져도 다치지 않고 빨아도 괜찮은 블록을 골라주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4∼6개월: 감각기관을 자극할 수 있도록 색상이 밝고 큰 제품 △6∼12개월:조작능력이 발달하면서 눈, 손, 입 등 감각기관을 이용하기 시작하므로 삼킬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을 고르되 동물 모양 등 구체적인 도형의 블록을 5조각 이내 △2세 이상:큰 플라스틱 또는 나무 탑쌓기 블록 30 조각 이상 △3∼5세:각기 다른 부품들을 서로 꽂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조각의 크기나 길이가 2.5㎝ 이상 되는 옥스퍼드 블록류의 제품을 쥐어주는 것이 좋다. 5세가 넘으면 안전을 염두에 두고 자율성을 부여한다.

테마가 있어 정해진 도면대로 만들어야 하는 제품보다는 창의성을 발휘해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좋다. 도면과 완성품 사진이 주어지는 제품의 경우 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더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건 자동차만 만드는 거야” “이건 공룡 만들 때 쓰는 블록이야”라면서 외면한다. 완성품에 집어넣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미니 인형이나 자동차, 나무 등 소품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소품이 잘 갖춰져 있을 경우 아이들은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놀게 돼 언어 능력도 향상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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