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委 내분 장기화…새 위원장 親정부인물 검토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49분


2000년 3월 방송정책 결정권 및 행정권을 갖고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방송위원회가 최근 김정기(金政起) 위원장의 사퇴로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방송위 구성방식을 비롯한 방송정책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 여당에서는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변호사 H씨와 전 장관 K씨 및 방송사 사장 K씨 등을 후임자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방송의 독립성 및 위상제고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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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위원 구성이 방송위의 비전문성과 무책임을 초래했다”며 “전면적인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방송위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명의 위원 중 4명이 통상 및 독점문제 등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인 데 비해, 현 방송위원 8명 중 2명만 방송전문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당인이거나 현정권 출범에 직간접으로 간여한 인사들이다.

방송위는 특히 최근 몇 달 새 내분으로 정책결정 기능뿐만 아니라 심의기능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여서 TV 프로그램의 선정 및 폭력성, 간접광고 등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방송과 통신 등 21세기 미디어 융합에 대비한 한국 방송의 미래 청사진 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의 업무 공백으로 밑그림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방송위의 기능 마비로 방송의 공정보도 감시가 제대로 안 되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편파보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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