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이 무지치' 창단50주년…언제나 포근한 멜로디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39분


파헬벨 ‘캐논’,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지크’, 비발디 ‘사계절’. 클래식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콧노래로 대강의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백만인의 레퍼토리’다. 휴대전화 신호음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점까지도 같다.

이 친숙한 작품을 하루 저녁 콘서트에서 듣는다. 현악합주에 관한 한 세계 정상으로 평가받아온 ‘이 무지치’의 연주이니 더욱 즐거움이 각별할 듯하다. 1월 20일 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4일 7시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 무지치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음악가들’이라는 뜻의 ‘이 무지치’가 창단된 것은 1952년. 20세기 음악사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꼽힌다. ‘이 무지치’가 비발디의 ‘사계절’을 고정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리면서 그때까지 ‘희귀 레퍼토리’로 생각됐던 바로크 음악이 고전 낭만주의 음악과 함께 클래식광들의 중심 레퍼토리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비발디와 파헬벨의 음악을 모차르트만큼이나 친근하게 접하게 된 데는 ‘이 무지치’의 공적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졸업생들로 구성된 ‘이 무지치’는 현악 명가로 꼽히는 산타 체칠리아의 전통을 반영하듯 10여명의 연주라고는 믿을 수 없는 풍요하고 윤기있는 음색이 특징이다. 80년대 이후 ‘옛 음악은 옛 악기와 옛 연주방식대로’를 표방한 원전연주 운동이 인기를 얻으면서 현대 악기를 이용한 ‘이 무지치’의 권위는 많이 흔들렸지만, 귀에 포근하게 와닿는 ‘음향의 아름다움’으로 말하자면 ‘이 무지치’를 따를 연주단체를 꼽기 힘들다. 특히 이들의 아름다운 음색은 음반보다 연주회장에서 빛을 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1975년 처음 내한한 뒤 무려 여덟 번째의 내한공연. 그러나 창단 반세기의 의미를 담아 전세계를 돌며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이므로 의미만큼은 어느 때보다 크다.

젊은 핸섬보이 연주가들은 이제 귀밑머리가 희어진 초로의 신사들이 됐고, 사라졌거나 새로운 얼굴도 이미 많다.

시대의 주류가 된 원전연주의 경향도 알게 모르게 이들의 연주 위에 영향을 미쳐 ‘이 무지치’ 도 이전보다는 다소 빠른 템포와 다양한 장식음 해석, 매끈하게 잘라붙이는 프레이징 (분절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아늑하고 향기로운 음향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2만∼8만원. 02-784-2000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