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상 싸구려 관광 "TV서본 한국 맞나요"

  • 입력 2002년 1월 15일 17시 44분


중국인 관광객 천다청(陳大誠·38·베이징시 거주)은 최근 4박5일 동안 한국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호텔에서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천씨가 가장 실망한 것은 호텔. 그는 “별 4개짜리 호텔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규모나 서비스가 중국의 별 3개짜리 호텔만도 못했다”며 “여관 수준에 불과한 숙박시설에 관광객을 묵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월드컵과 한류(韓流) 열풍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에 몰려오고 있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관광이 대부분 ‘싸구려 관광’으로 흐르고 있어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실태〓숙박시설뿐만 아니라 한끼에 4000∼5000원에 맞춰지는 식사도 풍성한 요리 문화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는 큰 불만거리.

중국 관광객 우메이펑(吳美鳳·34·여·베이징시 거주)은 “여행기간 내내 100명 수용이 가능한 식당에 150명씩이나 들어가 짐짝 취급을 받았다”면서 “입에 맞는 반찬을 더 주문하면 종업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고 불평했다.

B여행사 소속 가이드 정모씨(33)는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TV에서 본 한국의 생활수준과 실제로 와서 겪어본 현실이 너무 다른데 어느 쪽이 맞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과당경쟁으로 낮아진 여행 단가에 맞추다보니 식사와 숙소 등의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도 관광객들은 한국의 전반적 수준이 그런 것으로 오해한다”고 말했다.

▽원인〓중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이 이처럼 부실한 원인은 국내 여행사간의 제살 깎기식 과당경쟁 때문.

중국 현지의 여행사가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는 한국 여행사에 사업권을 주는 식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싸구려 관광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2박)∼부산(1박)∼제주(1박) 코스의 4박5일 한국 관광상품의 경우 중국 현지 여행사는 3880위안(약 58만원)에 관광객을 모집하지만 항공료와 비자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한국 여행사에 떨어지는 몫은 약 16만∼17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1박에 약 4만원꼴로 하루 세끼 식사와 숙박비만 계산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에 값싼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고 입장료를 안내는 무료관광지만 골라 다니는 등 관광 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털어놓았다.

▽대책〓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 55개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들의 ‘덤핑 관광’을 근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여행사 진홍보(秦鴻寶) 사장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나라 중산층 이상에 해당하는 구매력이 매우 높은 고객”이라며 “업계 스스로 덤핑관광을 지양하고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고급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 관광학부 김종은(金鍾垠) 교수는 “정부도 한국관광의 제1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는 물론 특단의 관광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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