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仁術 상계 백병원 김흥동교수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17분


“오랫동안 우리 가족들을 돌봐주신 ‘그 분’의 은혜에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기뻐하셨으면 좋겠는데….”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중증장애아동 보호시설인 ‘쉼터요양원’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지태씨(21)는 선천성 근육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온 몸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각종 합병증으로 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는 희귀 질환의 일종.

수개월 전부터 거의 누워 지낼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김씨는 지난해 성탄절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밤을 새워 1000마리의 종이 거북을 접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힘조차 없어지기 전에 ‘특별한 분’에게 성탄 선물을 꼭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선물을 받은 주인공은 서울 인제대 상계백병원의 소아과 전문의인 김흥동(金興東·44)교수. 김 교수는 김씨를 비롯한 50여명의 요양원 식구들에게 어느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였다.

의대에 다닐 때부터 각종 보호시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해 온 김 교수가 요양원 식구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

당시 동료의 소개로 요양원을 찾은 김 교수는 변변한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고통받는 중증 장애아동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특히 이들 중 여러 명이 간질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앓고 있어 정기적인 진단과 치료가 시급했다.

이후 김 교수는 매주 한 차례씩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요양원을 찾아가 장애아동들을 정성껏 돌봤다. 바쁜 병원 업무 때문에 자신이 직접 방문하지 못할 때는 후배나 제자 의사들을 대신 보내 아이들의 건강을 챙겼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이들의 병세와 건강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요양원의 김경숙(金敬淑) 간호사는 “여러 번 응급실을 찾아갔는데 그 때마다 김 교수님이 직접 달려와 아이들을 보살펴 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대가 없는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년 전 요양원측은 김 교수의 아낌 없는 노고를 기려 촉탁의로 위촉해 매달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촉탁료 전액을 모아 장애아동들의 각종 수술 치료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다운증후군과 뇌성마비를 앓아온 김진옥양(10)이 지난해 어긋난 목뼈를 바로잡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장애아동들의 진료에 필요한 각종 검사와 수술 치료비 전액을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

박일남(朴一男) 쉼터요양원 원장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혼자서 거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 표현조차 하기 힘들지만 마음 속 깊이 김 교수님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의사로 평생 나병환자를 돌보신 부친을 보면서 ‘의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는 신념을 갖게 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자신의 활동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기존의 약물로 조절이 힘든 난치 소아간질에 대한 새로운 식이요법을 개발해 미국 간질학회에 발표하는 등 이 분야의 명의로 인정받고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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