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독신녀 'ah' 조주희씨의 '그녀가 사는 법'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59분


최근 독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두 단어 ‘아(ah)’와 ‘신디스(sindies)’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혼 상대는 없어도 행복하다(available and happy)’는 이니셜에서 비롯된 ‘아(ah)’ 는 한 미국 귀금속 회사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 백금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고가의 반지를 내놓은 이 제조사는 “남자의 선물을 기다리지 말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 스스로 구입해 품격을 높이자”고 광고하고 나서 미국 내 독신여성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신디스(sindies)’는 ‘Singleincomed Newly Divorced Women’의 이니셜을 딴 용어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이혼녀’ 집단을 나타내는 말.

이들 조어(造語)들은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가능한 독신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생겨난 사회적 용어들로 단순히 ‘말장난’을 넘어 ‘사회학적 의미’가 있다.

‘아’와 ‘신디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7년차 외신기자 조주희씨(32)의활동동선(動線)을 통해 ‘능력 있는 독신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 본다.

#음식

서울 강남 ‘뮤비’의 퓨전 일식을 좋아한다.

두부요리, 생과일주스, 각종 야채, 해초류, 회 등 몸에 좋은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대신 지나치게 맵고 짜거나 기름이 많은 것들은 사양.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에는 그녀의 주요 취재원 가운데 하나인 탈북자 가족이나 청와대 공보실뿐만 아니라 국내외 해외맛집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쇼핑

디자이너 박지원의 옷을 좋아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보다 싸고 일반 기성복과는 차별화되기 때문. 속옷은 '동대문표'를 애용한다. 대신 평생을 쓸수 있는 가방과 구두는 프라다 등 명품을 선호한다. 물론 해외 면세점 등의 세일기간을 활용한다. 지인을 통해 대폭 할인혜택을 받기도 한다. 아끼는 지방시 골프웨어도 그런 경우.

책 구입에도 공을 들인다. '아마존'등 해외 인터넷 서점을 통해 베스트 셀러들을 틈날때마다 20권 이상씩 대량 주문한다.

#일

99년부터 미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지의 서울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 회사의 배려로 방송, 신문기자 겸직이 가능했다.

미 명문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한가할 때는 프리랜서 번역,

통역가로도 활동한다. 최근 개장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지하 아케이드의 ‘문 바’와 ‘싱까이’라는 음식점 이름도 그녀가 지었다. 멀티직업인인 셈.

#미용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탓에 피곤함이 피부에 ‘반영’되곤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서울 청담동 금산스킨클리닉에 들러 관리를 받는다. 한 달에 한두 번쯤은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손질한다.

전문가로부터 메이크업을 받는 것도 좋아한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있는 날도 남산 ‘헤어 뉴스’에서 화장을 했다.

#운동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현재 핸디 20 정도의 실력으로 99년 한국에 와서 본격적으로 골프에 맛을 들였다. ABC에 입사하기 전에 다녔던 방송사에서 받은

퇴직금 전부를 호텔 휘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사는 데 쏟아 넣었다.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조 때문.

#친구

사회 각계 각층에서 일하는 여자친구들과 종종 ‘조직’을 결성하곤 한다. 한의사, 해외 브랜드 지사장, 홍보대행사 사장 등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 ‘여자들만의 우정’을 쌓는다. 화가 한젬마, 영화배우 이영애와도 친한 사이.

전 남편과의 인연은 길지 못했다. 현재 싱글이지만 남자와의 새 인연보다 여자친구와의 여행, 수다가 훨씬 더 즐겁다고 한다.

▼"이젠 미혼-이혼 대신 '非婚'으로 부르세요"

최근에는 독신자를 가리키는 말로 ‘비혼(非婚)자’라는 용어가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한 ‘미혼(未婚)’이라는 단어보다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 스스로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이혼이나 사별을 통해 독신이 된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다.

사실 여성계에서는 ‘이혼(離婚)’이라는 단어도 지양한다. ‘결혼에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갖게 하기 때문에 대신 ‘결혼을 해결했다’는 뜻의 ‘해혼(解婚)’을 사용한다.

한편 독신 여성들의 사교 모임 ‘싱글여성모임’을 이끌고 있는 ‘서울 여성의 전화’ 박신연숙 사무국장은 “최근 전문직 여성 등을 중심으로 친목을 다지고 서로 정보, 인맥을 공유해 독립적인 삶을 꾸려 나가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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