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국내학자 에이즈 치료제 개발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6분


국내 과학자가 개발한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 백신이 우크라이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안전성을 입증받고 미국에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성영철(成永喆·사진) 교수는 올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전염병연구소에서 에이즈 환자 20명에게 자신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 백신 ‘GX-12’를 투여한 결과 별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22일 밝혔다.

또 GX-12는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마고르도시에서 진행 중인 침팬지 대상의 동물실험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성 교수는 말했다. 특히 면역력이 남아 있는 침팬지에게서 효과가 좋았다는 것.

성 교수는 “유전자 치료 백신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일부를 인체에 투여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차 임상실험에서는 안전성을 주로 검증한다”면서 GX-12는 기존의 약물요법과 병행해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GX-12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일부에다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인 ‘인터루킨12 변형체’를 결합시킨 것으로 박테리아 내의 유전자 전달체인 플라즈미드를 통해 운반된다.

이 같은 유전자 치료제는 근원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약물과 구별된다. 에이즈 환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약 4000만명이 있으며 환자 1명당 매년 약 600만원어치의 치료제를 쓰고 있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성 교수는 국내에서 임상실험 허가를 얻는 데만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해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공직자들을 3개월 이상 설득해서 임상 허가를 받아냈다.

성 교수는 이 치료제의 안전성이 입증됨에 따라 조만간 리투아니아에서 추가 임상실험에 들어가며 내년 상반기에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실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

성 교수는 “이르면 2003년이면 임상실험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도 국내 환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임상실험에 참여시켜 달라고 문의해 오고 있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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