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 목조문화재 피해주의보…문화재청 방재 골머리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28분


흰개미가 갉아먹은 불국사 대웅전
흰개미가 갉아먹은 불국사 대웅전
목조 문화재를 갉아먹는 흰개미를 잡아라!

목조 건축물의 흰개미 피해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높아가고 있다. 수덕사 대웅전 부재가 뒤틀리고 부러졌다는 보도(본보 10월25일자 A18면)에 대해 일부 목재 전문가들이 흰개미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엔 한일 목재 전문가들이 부산대에서 세미나를 열어 목조 문화재 보존방안 및 국내 고건축물의 흰개미 피해 양상과 방제 대책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9월엔 서울에서 일본 한국의 흰개미 방제 관련 워크숍이 열리기도 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 약사전 기둥, 경북 경주 불국사 대웅전, 경북 영천 은해사 영산전, 합천 해인사 응향각, 서울의 경복궁 근정전 행각과 종묘 등이 모두 흰개미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 흰개미들이 목재 내부를 갉아먹기 때문에 겉으로는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지진 등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한 순간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문제의 흰개미는 일본 흰개미. 따뜻하고 습한 곳의 소나무를 좋아한다. 땅 속에 집단 서식하다가 일부가 지상으로 나와 소나무 목재를 공격한다. 전통 건축물의 부재가 대부분 소나무라서 피해 우려가 높다. 특히 따뜻한 남부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한 전문가는 “남부지방 전통 사찰의 경우, 대부분 흰개미 피해를 입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엔 보일러 난방시설 증대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남한 전역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훼손된 통도사 약사전 기둥

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사찰의 무분별한 건물 개보수. 박상진 경북대 교수는 “온돌로 되어있는 전통 건축물의 경우, 연기 때문에 흰개미가 접근할 수 없었지만 사찰들이 난방시설을 보일러로 개보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흰개미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1999년 해인사 팔만대장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지 건물 응향각에 흰개미가 출현한 것도 보일러 시설 탓. 영천 은해사 영산전에서도 건물 보수시 마루를 뜯어내고 비닐 매트를 깔아놓아 습기가 차면서 흰개미가 나타났다.

현재 문화재청은 주로 건축물의 피해 부분을 훈증(燻蒸·연기나 독가스 등으로 살균)처리해 흰개미를 퇴치하고 있다. 그러나 훈증은 일시적인 효과 밖에 기대할 수 없다. 지상으로 올라와 공격하는 흰개미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 80%가 다시 공격을 해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 건물 부근에 살충제를 뿌린 소나무 말뚝을 설치해 흰개미를 유인한 다음, 이들이 살충제를 묻혀 다시 땅 속 서식지로 돌아가 다른 흰개미를 죽도록 하는 베이트(Bait)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주변 땅 속에 살충제를 넣기도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흰개미 완전 퇴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흰개미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한 목재 전문가는 “흰개미는 2∼3개월이면 학교 건물 하나를 무너뜨릴 정도로 위험한 존재”라고 경고하고 문화재 보호를 위해 철저한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