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2001 소비자조사]불황여파 소비패턴 '안전' 추구형으로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1분


경기침체가 오래 이어지면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레저 외식 등 ‘즐거움 추구형’ 지출에 많은 돈을 쓰겠다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것으로 기대하는 비율이 모든 연령층에서 낮아졌고 여건만 되면 외국 이민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자가 늘었다.

제일기획은 8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대도시의 성인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 대중매체 이용 실태 등을 조사해 이 같은 내용의 ‘2001년 소비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것에 비례해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신나고 재미있는 삶’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으로 바뀌는 추세라는 게 제일기획측의 분석. 가정의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사회 공통의 현안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소비문화의 세대별 차별화 심화〓제일기획은 소비계층을 연령에 따라 △중고교생이 주류인 1318세대(13∼18세) △대학생 위주의 1925세대(19∼25세) △사회에 갓 진출한 2632세대(26∼32세) △직장과 가정의 중추인 3342세대(33∼42세) △사회의 어른격인 4355세대(43∼55세) 등 5개 계층으로 나눠 분석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널리 쓰이면서 세대간의 소비패턴과 가치관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

1318세대의 컴퓨터 사용률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97%로 높아졌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몸을 직접 움직이는 ‘오프라인형’에서 컴퓨터 등을 활용한 ‘온라인형’으로 바뀌고 있다. 96년엔 여가 활용수단이 독서(81%) 영화감상(54%) 음악감상 농구(47%)의 순이었지만 올해는 ‘자유시간이 생기면 PC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긴다’는 응답이 87%로 가장 많았다.

휴대전화 보유율은 1925세대가 가장 높아(86%) 10명중 8, 9명꼴로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70%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첨단기종. 특히 유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세일기간 중 옷을 구입한다’는 응답이 96년 53%에서 44%로 낮아졌다.

2632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재테크. 32%가 ‘재산증식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홈뱅킹과 사이버트레이딩의 이용률(22%)도 가장 높다.

3342세대는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급격한 디지털화 추세에 적잖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사용자가 지난해 45%에서 올해 58%로 증가했지만 27%는 ‘컴퓨터를 몰라도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신문에서 얻는 비율은 40%로 4355세대와 함께 가장 높았다.

4355세대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58%가 ‘교통이 불편해도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소비자성향 어떻게 바뀌었나〓이번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지자 ‘미래의 어려움’에 대비해 ‘일상 탈출’의 욕구를 일정부분 희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는 설문에 동의한 사람이 지난해 46%에서 44%로 줄었고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는 항목의 찬성률도 4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모험적인 스포츠가 좋다’는 응답은 28%에서 26%로 미미하나마 하락했다.

PC 보유율이 98년 47%에서 올해 81%로, 인터넷 이용률이 11.5%에서 62%로 치솟아 컴퓨터가 생활필수품의 지위를 굳혔다.

최근의 TV 사극 열풍을 반영해 사극에 대한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사극을 가장 좋아하는 연령층은 3342세대로 선호도가 5년 전 30%에서 63%로 상승했고 2632세대와 4355세대도 50%를 웃도는 선호도를 나타냈다.

‘외국 이민도 괜찮다’고 답한 응답자가 3342세대의 경우 96년 31%에서 올해 49%로 높아지는 등 이민생활을 동경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반면 ‘1년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5년 전보다 평균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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