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은 8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대도시의 성인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 대중매체 이용 실태 등을 조사해 이 같은 내용의 ‘2001년 소비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것에 비례해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신나고 재미있는 삶’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으로 바뀌는 추세라는 게 제일기획측의 분석. 가정의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사회 공통의 현안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소비문화의 세대별 차별화 심화〓제일기획은 소비계층을 연령에 따라 △중고교생이 주류인 1318세대(13∼18세) △대학생 위주의 1925세대(19∼25세) △사회에 갓 진출한 2632세대(26∼32세) △직장과 가정의 중추인 3342세대(33∼42세) △사회의 어른격인 4355세대(43∼55세) 등 5개 계층으로 나눠 분석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널리 쓰이면서 세대간의 소비패턴과 가치관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
1318세대의 컴퓨터 사용률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97%로 높아졌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몸을 직접 움직이는 ‘오프라인형’에서 컴퓨터 등을 활용한 ‘온라인형’으로 바뀌고 있다. 96년엔 여가 활용수단이 독서(81%) 영화감상(54%) 음악감상 농구(47%)의 순이었지만 올해는 ‘자유시간이 생기면 PC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긴다’는 응답이 87%로 가장 많았다.
휴대전화 보유율은 1925세대가 가장 높아(86%) 10명중 8, 9명꼴로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70%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첨단기종. 특히 유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세일기간 중 옷을 구입한다’는 응답이 96년 53%에서 44%로 낮아졌다.
2632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재테크. 32%가 ‘재산증식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홈뱅킹과 사이버트레이딩의 이용률(22%)도 가장 높다.
3342세대는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급격한 디지털화 추세에 적잖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사용자가 지난해 45%에서 올해 58%로 증가했지만 27%는 ‘컴퓨터를 몰라도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신문에서 얻는 비율은 40%로 4355세대와 함께 가장 높았다.
4355세대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58%가 ‘교통이 불편해도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소비자성향 어떻게 바뀌었나〓이번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지자 ‘미래의 어려움’에 대비해 ‘일상 탈출’의 욕구를 일정부분 희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는 설문에 동의한 사람이 지난해 46%에서 44%로 줄었고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는 항목의 찬성률도 4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모험적인 스포츠가 좋다’는 응답은 28%에서 26%로 미미하나마 하락했다.
PC 보유율이 98년 47%에서 올해 81%로, 인터넷 이용률이 11.5%에서 62%로 치솟아 컴퓨터가 생활필수품의 지위를 굳혔다.
최근의 TV 사극 열풍을 반영해 사극에 대한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사극을 가장 좋아하는 연령층은 3342세대로 선호도가 5년 전 30%에서 63%로 상승했고 2632세대와 4355세대도 50%를 웃도는 선호도를 나타냈다.
‘외국 이민도 괜찮다’고 답한 응답자가 3342세대의 경우 96년 31%에서 올해 49%로 높아지는 등 이민생활을 동경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반면 ‘1년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5년 전보다 평균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