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전통+응용요리' 3세대 중국요리 미각을 부른다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18분


‘3세대 중국요릿집’이 등장하고 있다.

자장면 짬뽕 탕수육 등 도식화된 몇 개의 메뉴를 특화해 파는 중국요릿집이 1세대였다면, 90년대 들어 서울 청담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퓨전 중국요릿집을 2세대라 일컬을 만하다. 호텔이나 대형 중국요릿집에서 파는 코스요리들을 제외하면 그렇다.

요즘 시내에 등장하는 3세대 중국요릿집들은 중국요리의 기본기를 살린 ‘응용메뉴’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특징. 그런 점에서 일식 양식을 혼합시킨 기존의 ‘퓨전메뉴’와는 차별화된다.

또 기존의 양식일변도에서 탈피, ‘중국요리’문패를 내건 패밀리레스토랑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퓨전요리가 아닌 응용요리

동네 중국요릿집 밑반찬만 해도 단무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오이절임 같은 것이 추가됐고, ‘고구마 맛탕’도 후식으로 시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새우요리나 쇠고기 요리도 다양해졌다.

6월 문을 연 서울 압구정동 신구중학교 앞의 ‘웨스턴차이나(02-514-2608)’는 배달을 나갈 때면 옥수수탕, 오이채 등 반찬만 4가지를 챙긴다. 고춧가루가 안 들어간 대신 개운한 맛이 일품인 ‘하얀짬뽕’을 비롯, 쇠고기 국물 맛을 진하게 내는 ‘우육탕면’, 8가지 해물을 익혀 국물로 만든 ‘팔진탕면’ 등이 인기다.

기존의 ‘칠리새우’외에 마늘향이 살아있는 깐풍소스를 비롯, 마요네즈소스, 크림소스가 추가된 새우요리가 있고 쇠고기 요리도 각각 탕수, 피망, 마라, 굴소스, 자연송이 등과 섞은 새로운 메뉴가 많다.

올 여름 서울 정동 스타식스빌딩에 생긴 ‘젠(02-725-3690)’은 단순한 볶음밥 대신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가미된 해물덮밥, 버섯덮밥 등을 내놓고 있다. 사천식 닭고기요리, 갈비탕수육은 담백한 맛이 일품. 방음장치가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어 ‘비즈니스 런치’에 좋다.

#패밀리레스토랑도 등장

패밀리레스토랑에도 중식바람이 불고 있다. 6월과 8월 각각 문을 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상공회의소 빌딩의 ‘취영루(031-707-6613)’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엉클웡스(02-332-4033)’가 대표적.

취영루는 메인 주방장이 20대라서 그런지 실험성 있는 메뉴가 많다. ‘죽통수프’는 대나무통에 버섯, 조갯살 말린 것을 넣고 레드와인을 가미해 통째로 쪄 낸 것으로 대나무의 향취가 녹아 있다.

또 과일의 액을 소스에 농축시켜 과일향을 듬뿍 담은 과일 탕수육, 새우의 겉껍질에 감자를 입힌 ‘새우띠또’, 두반장소스에 오렌지를 묻혀 내는 ‘삼색냉채’ 등이 특이하다. 야외 난로를 켜 놓은 실외 테이블도 많아 가족 단위로 외식하기에도 좋다.

‘취영루’ 이병우 외식연구소장(40)은 “정통 중국요리를 만드는 기본원칙은 지켜야하며, 이것을 도외시한 퓨전요리들은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향을 내고, 센 불에 재료와 소스, 양념을 순간적으로 볶아 내는 과정은 ‘결코’ 생략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엉클웡스는 중국풍의 인테리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자장면 대신 해삼 새우 쇠고기 갑오징어 등을 간장 맑은 소스에 볶은 ‘수선진면’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외에도 닭다리 게다리살에 두부 양송이 중국당면을 첨가한 해산물수프 ‘꿔’, 닭다리살을 바삭하게 튀긴 후 죽순 피망 등을 굴소스에 볶아서 곁들인 ‘치킨 커틀릿’ 등이 인기메뉴다. 가격대도 면 종류는 7000원 미만, 요리류는 1만5000원대가 많아 젊은층이 부담없이 가볼 만하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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