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버스‘ 사라진다… ‘12번좌석’ 19일 입석전환

  • 입력 2001년 9월 18일 19시 12분


‘스쿨버스’ 또는 ‘노블리안 리무진’이라고 불리던 12번 좌석버스가 서울에서 사라지게 됐다.

좌석 12번 버스가 입석 12-3번 버스로 바뀌기 때문이다. 13일부터 이미 운행되는 좌석버스의 수가 단계적으로 줄어들었으며 19일까지는 입석버스 39대로 전부 대체된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마포구 상암동에 이르는 기본노선은 같지만 중간에 정거장이 10개 이상 느는 데다 ‘입석’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황금 노선의 쇠퇴’로 받아들여진다.

12번 좌석버스를 운행했던 도선여객측은 수익성 악화를 견딜 수 없어 앞으로는 강남북을 가로지르는 승객 대신 ‘단거리 승객’에 치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선여객 김인호 운영이사는 “승객 중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빈차로 운영할 때가 많았다. 또 여름 겨울방학기간에는 평소 승객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선여객측은 이 밖에 남산터널 구간의 고질적인 정체가 여전한 데다 지하철 6호선이 개통돼 시민들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하기가 더 수월해진 것도 입석버스로의 변경을 재촉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이 거주지인 신촌지역 학생들은 “졸지에 통학수단을 잃게 됐다”고 아쉬워한다.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는 이화여대생 홍승효씨(20·불문과 2년)는 “전철이 있긴 하지만 좌석버스처럼 편하진 않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타면 20분이면 학교에서 집까지 갈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같은 학교 정유나씨(22·한국음악과 3년)도 “악기라도 들고 오는 날이면 택시밖에 방법이 없다. 택시비도 올라서 집에선 1만5000원 정도 나온다”고 푸념했다. 또 연세대생 김현욱씨(27·사학과 4년)는 “좌석버스 시절에는 오전 1시까지 운행했지만 입석버스는 그렇지 못해 늦게까지 술이라도 먹는 날에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지속해온 ‘서울의 명물버스’를 굳이 없애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 이원형씨(34)는 “‘12번 커플’이라는 말도 유행했었듯, 12번 좌석버스는 90년대 강남에서 신촌으로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일종의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문화코드’나 다름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시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시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직행좌석이나 심야좌석을 제외하면 노선변경이나 입석전환 등의 문제는 업체 자율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12번 좌석버스는 80년 2월부터 91년까지 강남구 도곡동에서 시청까지만 운행하다가 이후 선릉역 강남구청 압구정동 갤러리아, 현대백화점 등을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단국대 등을 거치는 노선으로 변경돼 10여년 동안 ‘귀족버스’ 또는 ‘스쿨버스’로 명성을 떨쳤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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