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전염병·健保관리 '구멍'…가짜 콜레라환자 205명에 보험급여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22분


전국적으로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올 상반기에 일선 의료기관들이 콜레라 환자 93명을 진료했다며 보험 급여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콜레라 환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는 지난해에도 콜레라 환자 112명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崔榮熙) 의원은 10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국감자료를 토대로 “올 상반기에 일선 병의원에서 ‘콜레라 환자 93명을 치료했다’며 보험급여를 청구했다”고 밝히고 “병의원이 콜레라 발생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는 등 전염병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이 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현재까지 엘토르형 콜레라 환자 11명과 의사 콜레라 환자 82명이 일선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또 지난해에도 비브리오 콜레라 전형균에 의한 환자 37명과 엘토르형 환자 8명, 의사 콜레라 환자 67명 등 모두 112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의 경우 콜레라 환자는 없었으며 일선 의료기관에서 분류 코드를 잘못 입력했거나 타이핑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도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려면 상병을 적고 그 옆의 1만여가지나 되는 분류코드 중 하나를 선택해 입력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맡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바이러스 장염(가성 콜레라)을 ‘콜레라’로 입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간호사 등의 단순 실수 등으로 넘길 수만은 없으며 일선 의료기관과 심평원 국립보건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염병 예방법 4조는 의사가 1군 전염병에 속하는 콜레라 환자를 진단했을 때 즉각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의료기관은 콜레라 환자를 진료했다며 보험 급여를 청구해 수령하고도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 심평원도 콜레라 환자 진료비를 지급해 놓고도 국립보건원에는 보고할 의무가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 청구는 통상 진료를 한 뒤 1∼2개월 후에 들어오는데 보건원에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분류코드 잘못 입력” 해명

국립보건원도 “과거에도 그런 일은 자주 있었다”며 “언젠가는 페스트 환자에 대한 급여 청구도 있었지만 분류 코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