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엔 어떤 생선 먹었나…발굴 생선뼈 보존처리 문화재로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6분


원주 법천리에서 출토된 1500년전의 돔 뼈
원주 법천리에서 출토된 1500년전의 돔 뼈
1500년 전 사람들은 어떤 생선을 먹었을까?

서울 경복궁 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 달의 보존처리 문화재’로 생선뼈가 전시 되고 있다.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서 출토된 1500년 전 생선뼈. 1999년 출토 당시, 중앙박물관 발굴단은 이들 60여 점의 뼈 조각이 생선뼈일 것이라고 추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생선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후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의 2년에 걸친 과학분석 결과 이들이 조기, 민어, 돔, 준치, 상어로 확인됐다. 생선뼈의 형태도 요즘 것과 일치함으로써 1500년 전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과 동일한 종류의 생선을 먹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잔존 지방산(殘存脂肪酸) 분석’이라는 첨단보존과학의 개가다. 이 분석법은 동식물에 들어 있는 지방산(기름)의 자세한 성분을 밝혀, 구체적으로 어떤 동식물인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생체에는 여러 종류의 지방산이 들어 있는데 생선에 따라 각기 지방산 구성 비율이 다르다. 이 때문에 그 차이를 밝혀내면 어떤 생선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의 유혜선 연구원은 “석기나 토기에는 동식물의 흔적이 미세하게나마 남아 있다. 이는 지방산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지방산 분석을 통해 당시의 음식생활 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국의 고고학계는 이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유물에 남아있는 지방산의 흔적에는 무심했고 유물 자체에만 신경을 써왔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 분석법이 사용됐지만 한국에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완벽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 분석법은 섬세한 주의를 요한다. 유 연구원은 “토기의 경우 발굴 직후 세척하면 토기에 남아있는 지방산 흔적이 사라진다. 손으로 함부로 만지면 손의 기름기가 유물에 묻어 지방산의 비율이 흐트러지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현장 고고학자들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