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조식 탄생 5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16일 열려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32분


남명 조식(1501∼1572)의 탄생 500주년을 맞아 16∼19일 경남 산청, 합천, 진주 등지에서 이를 기념하는 ‘선비문화축제’가 거행된다.

특히 행사 가운데 16∼17일 산청 삼성연수원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는 국내외 학자들이 개서 참가하는 행사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회의는 ‘남명학과 21세기 유교부흥운동의 전개’를 주제로 남명의 사상을 집중 조명한다.

김충렬 남명학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은 미리 제출한 발표문 ‘남명학과 21세기 유교의 부흥’에서 “우리 유교는 조선시대 성리학과 해방후 군사정권의 복종윤리로 인해 왜곡돼 왔다”며 “한국의 유교는 남명의 사상을 계승해 공자의 실천적 유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조선시대에는 유교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려다 실패한 선비들이 성리학만을 신봉하며 교조주의에 빠져 유교를 오도했다”고 밝혔다. 또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권력자들이 정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교의 삼강(충 효 열)을 들고 나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 삼강은 한(漢)나라가 중앙 집권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웠던 일종의 ‘복종윤리’다.

그는 “이처럼 변질된 유교를 그대로 주장하다가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어 유교가 영원히 사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명은 당시 성리학의 학풍을 개탄하고 공자와 맹자 시대의 실천 유학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남명이 성리학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성리학 연구를 통해 길러진 능력을 토대로 공맹 유학의 실천에 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남명의 사상은 신(新)유학과 원시유학의 회통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이것이야 말로 유교부흥 운동을 실천하는 데 가장 본받아야 할 교훈”이라며 유교부흥운동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사문화, 가정윤리, 도덕교육의 복원을 세 축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대진대 철학과 권인호 교수는 발표문 ‘남명학파 정치사상의 현대적 재조명’에서 “남명은 생존 당시 학문적 사상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실용 실천을 중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명 사상은 현재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며, 또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발표 및 토론자들은 서울대 조동일, 동국대 이종찬, 동주여대 한상규, 경상대 오이환, 러시아 아라사극동연구소 L 페를로모프, 중국 지아스(陜西)사대 차오지휘(曺吉惠) 교수 등이다.

한편 남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선비문화축제’는 남명제, 임진왜란 때 궐기했던 남명 제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의병출정식, 남명 유적지 답사, 서예전시회, 문예작품 공모전, 진주오광대와 서사극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문의는 남명학연구원 055-741-9765.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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