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신문활용교육 NIE…"스크랩하며 생각주머니 커졌어요"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54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김한솔군(12·안말초등학교 6년)은 아침에 일어나면 조간신문부터 집어드는 것이 습관이 됐다.

김 군은 1면부터 시작해 사회, 경제, 문화면을 읽은 뒤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2년 전부터 집에서 신문활용교육(NIE)을 받으면서 신문은 풍부한 지식과 재미가 담긴 값싸고도 유용한 ‘교과서’가 된 것이다.

어머니 이시호씨(40)는 “한솔이가 신문을 가까이하면서 역사와 과학, 시사상식 등의 분야에서 또래들보다 놀라보게 많은 지식을 쌓게 됐다”며 대견해했다.

“처음엔 아이가 읽기 적합한 기사를 골라 스크랩을 해줬어요. 기사를 놓고 토론을 벌이거나 직접 주제를 찾아 일기를 써보라고 시키기도 했죠. 아이가 점차 신문은 읽을거리가 많고 재미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아 가더라고요.”

▽신문은 훌륭한 교과서〓신문을 활용하는 교육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청소년에게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해 창의성과 인성을 계발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는 가장 좋은 교육수단으로 신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

한국인성교육연구소 정선심 박사는 “요즘 아이들은 영상매체에 과다 노출돼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가 일방적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신문만큼 좋은 교재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텔레비전과 컴퓨터 등에만 몰두하면 지적이고 논리적인 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 감성과 지성이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한다는 것. 이런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과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활자매체인 신문이 무엇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에게 NIE를 시켜온 주부 이영우씨(경기 파주시)도 “사내아이라서 그런지 항상 들떠 있고 산만한 편이었는데 NIE를 하면서 주의력과 생각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논리적인 사고력과 표현력, 창의력 등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 NIE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평가다.

정 박사는 “정보의 바다라 할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신문은 정보의 필터 구실을 한다”며 “신문을 잘 활용하면원하는 정보만을 편식하는 인터넷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IE는 어떻게 하나〓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신문에 실린 기사와 광고, 사진 등 거의 모든 내용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문을 교재로 활용하려면 우선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린이가 읽기 어려운 일간지는 사진과 그림을 중심으로 보고 어린이 신문이라면 내용을 꼼꼼히 읽고 생각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부모가 적절한 기사를 골라 스크랩한 뒤 함께 읽으며 토론과 일기 쓰기 등을 시키는 것이 좋다. 고학년 아이들은 관심사가 들어 있는 재미있는 면부터 스스로 읽도록 한다. 또 가족이 함께 신문을 읽으며 가정에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기사’만 읽힐 필요는 없다. 게임 중독증에 걸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기사처럼 ‘나쁜 기사’도 아이들에게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교재활용 어떻게▼

동아일보가 8월부터 발행하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용 NIE학습지인 ‘신나는 NIE’ 는 어린이에게 신문을 이용한 학습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이 학습지는 △인성과 창의성, 리더십을 개발하고 △다중지능(MI) 및 감성지수(EQ), 도덕지수(MQ)를 높이며 △토론과 문제 해결능력 등을 길러줄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교재를 활용할 때는 일단 자녀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이 있나 살펴본 다음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도록 한다. 자녀 혼자 공부하도록 놔두는 것보다 학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교재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하도록 구성됐다. 예를 들어 ‘네모난 수박이 나왔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주제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괄호 안 채우기’, ‘새로운 수박만들기’ 등이 포함돼 자연탐구와 함께 창의력과 공간지능을 동시에 개발하도록 했다.

어머니가 이 교재로 아이를 지도하다 보면 NIE가 무엇인지, 어떻게 NIE를 지도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자녀와 함께 직접 신문을 보며 NIE를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앤아이 도우미’의 내용은 어린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으므로 어머니가 쉬운 말로 풀어서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

아직 글씨를 못 쓰는 유치원생에게는 말로 대답하게 한다. 토론해야 하는 경우에는 엄마와 아빠, 아이가 함께 토론한 다음 토론 내용을 요약해서 말해 보게 하고 글로 쓰도록 한다. 자세한 지도법은 www.nietoron.com 참조.

▼외국에선 어떤 성과 거두었나▼

신문 활용 교육(NIE)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뉴욕타임스가 1930년대 학교에 정규적으로 신문을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미국신문발행인협회가 후원하면서 NIE 프로그램이 전국에 보급됐다. 70∼80년대 일본 독일 영국 등지에서도 NIE가 본격화됐고 현재 30여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70년대를 전후해 교사와 신문사들이 신문의 활용 가치와 유용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NIE에 참여하는 학교와 신문사들이 크게 늘었다. 대학에 NIE교육 코스가 생기고 관련 세미나와 워크숍이 지역마다 정기적으로 열린다. 신문사 견학 프로그램이나 기자들의 학교방문 강의도 활성화돼 있다. NIE를 받은 미국 중고교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어휘력 이해력 작문력 등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신문사의 절반 이상이 NIE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80년대 말부터 NIE가 활성화되면서 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식이 풍부해지고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한자 실력이 향상되고 △가족과 대화가 많아졌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 입학 시험에 논술이 도입되면서 90년대부터 신문 활용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신문사가 적극적으로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지는 않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이달부터 발행하는 ‘신나는 NIE’는 국내 최초의 시도로 국내 NIE 교육에 새 장을 연 셈이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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