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카라치서 재채기하면 뉴욕엔 감기 유행

  • 입력 2001년 5월 10일 19시 14분


요즘에는 카라치에서 누가 재채기를 하면 미국에서 금방 감기가 유행한다. 감기에서부터 에볼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질병이 전파나 소리처럼 빠른 속도로 온 지구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세균은 모기, 쥐, 의류, 음식 등을 매개로 땅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넌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질병의 세계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수백년 전에는 동양의 세균이 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하는 데 적어도 몇 주가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에 아프리카의 하늘을 날아다니던 모기가 저녁에는 보스턴의 식당 안을 날아다니며 말라리아를 옮긴다.

물론 세균이 항상 제3세계에서 선진국으로만 옮겨오는 것은 아니다. 1988년에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3종경기가 열렸을 때 이 경기에 참가한 1500여명의 선수들이 렙토스피라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72명의 선수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미국의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는 이미 고국으로 돌아간 선수들에게 일일이 렙토스피라병의 발병 가능성을 경고하느라 몇 주를 보냈다.

질병의 세계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말라리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매년 10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그 중 대다수가 사하라사막 이남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말라리아균을 박멸하는 경우 아프리카의 GDP가 무려 1000억달러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하라사막 이남지역은 또한 에이즈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세계의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와 에이즈 환자 3500만명 중 2500만명이 사하라사막 이남에 살고 있다. 매년 에이즈에 새로 감염되는 사람 540만명 중 400만명도 역시 이 지역 사람들이다.

최근 좋은 에이즈 치료약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서유럽 사람들은 과거처럼 에이즈를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HIV 변종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발달이 질병의 신속한 확산에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과 치료법 역시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의 오지에서 발견되는 약초와 식물 추출물이 약품으로서 커다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제는 사람의 유전자조차 의약품 연구에 쓰이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화는 또한 전세계의 의료 전문가들에게 소규모의 집단을 중심으로 질병의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그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마을, 학교, 매춘부 집단등에대해개별적으로 에이즈에 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뒀다.

인터넷 역시 질병치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온갖 의학전문지에 실린 논문을 공짜로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일이다. 앞으로 세균이 확산되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진다 해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속도를 앞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5/06/magazine/06INTR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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