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교회 젊은 목회 6]크리스찬아카데미 김진 목사

  • 입력 2001년 5월 10일 19시 09분


최근 개신교계의 한 특징은 자유주의 목회자들의 영성 추구 움직임이다. 크리스찬아카데미 간사인 김진 목사(38)는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목회자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감신대에서 쫓겨났던 변선환 교수 이후 그만큼 급진적인 신학자도 드물다.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 안에 있는 구원의 얘기를 기독교신학의 용어로 재정립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김 목사는 지난 2000년 간 기독교 신앙을 뒷받침해온 신론 구원론 교회론 선교론 등의 모든 ‘테제’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신앙 뿌리는 뜻밖에도 보수적인 영성을 추구하던 예수전도단과 라브리공동체에 있다.

“81년 총신대 종교교육과에 입학한 후 주로 예수전도단에서 신앙훈련을 받았고 가슴에 큰 십자가를 걸고 다니던 보수적인 교인이었습니다. 86년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앞두고 스위스 라브리공동체에서 3개월 간 머물렀는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신앙은 삶의 한 부분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와 연관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87년 복학했을 때 국내의 정치 상황으로 저는 학생운동의 최첨단에 섰고, 합동 측 교단총회 점거라는 사상 유례 없는 사태까지 벌이게 됐어요.”

김 목사는 결국 총신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한신대로 옮겨 대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된 관심은 ‘기독교와 문화의 대화’였다. 92년 독일 프랑크푸르크대학으로 유학 길에 올랐고, 인도출신의 라이문도 파니카 신부를 만났다.

“파니카 신부는 아버지가 인도인, 어머니가 스페인인이었어요. 신부에게는 삶 자체가 종교간의 대화였습니다. 그는 토착화 신학 속에도 여전히 기독교 중심주의가 살아있다는 데 주의를 환기시켜줬어요. 기독교는 여기서도 늘 주체였고 공격적이었던 것이지요. 저는 하나의 중심에서 빠져 나와 다(多)중심으로 가야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김 목사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크리스찬아카데미에서 4년째 ‘젊은 종교인 대화모임’ 등을 이끌고 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등 각 종교의 예비성직자나 청년들이 모여 예배 미사 예불 등을 드리면서 타종교의 영성을 이해하는 모임이다.

최근 김 목사는 일상 생활 속의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많은 영성훈련 프로그램이 어딘가에 들어가 며칠을 보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요즘 침묵의 영성, 새벽기도의 영성 등에 관심이 많아요. 일과 중 번잡한 회사를 잠시 빠져나와 도심 속 공원에서 침묵에 잠기는 것, 하루 정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인근 교회를 찾아보는 것, 이런 것만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영적인 충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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