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기료누진제 민원 '눈덩이'…월 4~5만원서 20만원으로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40분


지난달 초 남달리 추위를 타는 노부모님을 위해 전기장판을 사 드린 회사원 김모씨(34·서울 성북구 돈암동)는 며칠 전 부친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귀를 의심했다. 남동생 내외를 포함한 네 식구의 전기료가 평소 월 4만∼5만원이었으나 20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된 걸 거야….”

‘터무니없는’ 요금통지서를 들고 한국전력공사 요금상담실에 전화를 건 김씨. 상담원의 설명을 들은 김씨는 할말을 잃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의 인상으로 전기장판 사용에 따른 ‘착오 없는’ 부과액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누진율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미처 몰랐다”며 “넉넉지 않은 봉급을 쪼개 사 드린 전기장판으로 ‘작은 효도’를 하려다 되레 불효를 한 셈”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시민 잡는 전기요금 누진율.’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가정용 전기에 대한 기본료와 누진율을 대폭 올린 뒤 ‘폭증’한 전기요금 때문에 ‘속앓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한전은 월 300㎾ 이상 사용가구에 대해 최대 40%의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누진율도 20∼40% 올렸다. 월 300㎾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가구는 전체가구의 8% 가량으로 110만∼120만 가구로 추산된다.

한전 본사 및 각 지역상담실에는 3, 4배 이상 껑충 뛰어오른 전기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확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상담실의 한 직원은 “대부분이 누진율의 대폭 인상을 모른 채 전기히터, 전기장판, 온풍기 등을 사용한데 따른 과다요금에 대한 문의”라며 “20만∼30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온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기하급수’적인 요금증가에 대한 네티즌들의 민원이 쏟아지는 실정. 혹한과 폭설이 잦았던 이번 겨울에 각종 전열기 사용으로 부담이 커진 전기요금에 대한 하소연이 대부분. 1, 2월 전기요금이 예전보다 5배 이상인 30만∼4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20평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씨(31)는 “온풍기 사용 이후 요금이 예전의 3배 이상으로 무려 10만원이 넘었다”며 “겨울철 각종 전열기의 주사용층이 서민층인 점을 감안할 때 인상폭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전이 심야전력을 싸게 사용하도록 하는 기기설치에 지원하던 5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폐지한 점도 불만의 대상이다.

한전측은 이에 대해 “누진율 인상으로 전열기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 일부 서민층의 가계부담은 이해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력낭비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절전형’, ‘한달 전기료 몇천원’ 식의 광고만 믿고 전열기를 이용하다 과다요금을 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했다.

작년 요금인상으로 예상되는 한전의 올해 추가매출액은 7000억원선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누진율 인상에 따른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부장은 “보일러 시설이나 단열공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소득층을 위해 겨울철의 경우 ‘탄력누진율’을 적용하는 등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