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이작가]설치미술가 노상균 "세계화단 톱클래스 우뚝"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16분


반짝이 옷이나 구슬백 등에 흔히 쓰이는 시퀸이란 속물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예술적이고 사변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설치작가 노상균(43)에게 올해는 또한번 도약하는 해가 될 듯하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돼 출품했으며, 지난해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뽑는 ‘올해의 작가’가 되어 연말에 대형전시를 가진 데 이어, 올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의 ‘아트 언리미티드’ 코너에 출품하게 됐기 때문이다.

해마다 6월초에 열리는 바젤 아트페어에서 ‘아트 언리미티드’ 코너는 예산과 규모 등의 면에서 일반 전시장에 설치하기 어려운 거대설치물이나 대형 회화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 바젤 아트페어 조직위원회의 엄밀한 심사를 거쳐 전 세계 70개의 작품만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 자체가 세계 톱 클래스의 작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해온 작업을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게 돼 기쁩니다. 시퀸을 소재로 더욱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번 ‘아트 언리미티드’ 코너에 출품하는 작품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 보여줬

던 길이 3m의 거대한 와불(臥佛)이다. 살색의 시퀸을 입고 있는 이 부처는 너무도 편안히 누워 있어 인간의 모든 번뇌를 훨훨 털어버리고 해탈한 형상이다.

그는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프랫대학원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인 92년 처음으로 이 시퀸이란 소재를 작품에 사용했다.

처음에는 물고기의 형태를 묘사하는 작품들을 만들었으나 갈수록 작품 형태가 다양하게 변해갔다. 한 가닥 실에 연결된 시퀸들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광활한 우주로 확장되거나 한 점을 향해 응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끝’ 연작시리즈, 마네킹과 플라스틱 불상에 살색 시퀸을 입혀 마네킹과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관객을 위하여’ ‘경배자를 위하여’ 등.

“쉬킨을 붙이는 작업은 지루하고 단순한 일이지요. 불상 같은 작품은 3개월이나 걸려요. 그러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그가 9월 갤러리 현대에서 갖는 10번째 개인전에서 어떤 작품들을 선보일지 관심거리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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