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신교 '주기도문' 새로 번역해 쓰자"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우리 말에 맞지 않는 표현이 다수 들어있고 오역도 많은 개신교의 ‘주기도문’을 재번역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한성서공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주기도문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새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훈택 총신대 교수, 나채운 전 장신대 교수, 김창락 한신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현재 개신교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주기도문은 1937년 번역된 개역(改譯)성경의 마태복음 6장 9절∼13절을 따온 것으로 예수가 직접 가르쳐준 ‘기도 중의 기도’라는 의미에서 주기도문으로 불린다.

학자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주기도문을 그저 형식적으로 외우기만 하는 것을 경계하였는데도 한국 교회 교인들은 형식적인 기도에다 잘못 번역돼 틀린 기도까지 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에서 지적된 주요 내용.

△‘나라이 임하옵시며’의 ‘나라이’〓개역성경에서 ‘나라’라는 명사의 주격조사가 모두 ‘가’로 쓰인 것과는 달리 주기도문에서만 유독 조사 ‘이’가 쓰여 ‘나라이’로 돼 있다. 개역성경과는 달리 1911년 번역의 ‘구역(舊譯)’성경에는 오히려 ‘나라가’로 돼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게다가 나채운 전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78%, 청장년의 42%가 ‘나라이’를 ‘나라에’로 잘못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에’라고 할 때 내용이 아주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의 ‘오늘날’〓이 낱말의 그리스어 원어인 세메론(semeron)은 24시간의 하루를 가리키는 ‘오늘’이지 결코 여러 날 또는 한 시대를 가리키는 ‘오늘날’이 아니다.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의 ‘대개’〓‘대개(大蓋)’는 개역성경의 본문에는 나타나지 않고 찬송가에 부기되어 있는 주기도문에 있는 것으로서 원문의 ‘호티(hoti)’에 대한 번역이다. 원어 호티는 ‘왜냐하면 ∼ 때문이다’의 뜻이다. 한자어 우리말 성경 번역의 참고자료가 됐던 중국어 성경의 ‘蓋’를 참조한 것이다. 문장 흐름상 이같은 접속사를 쓰기 어렵다면 ‘대개(大槪)’로 오인되는 이 낱말을 성경본문에서처럼 차라리 빼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기타 문법적 잘못〓‘우리 아버지여’는 ‘우리 아버지’로 고쳐야 한다. 윗사람을 부를 때 호격조사 ‘여’를 붙이지 않는다. 동사의 존칭보조 어간 ‘시’는 동사의 활용 어미 앞에 놓여야 하므로 ‘하옵시며’는 ‘하시오며’, ‘주옵시고’는 ‘주시옵고’, ‘마옵시고’는 ‘마시옵고’ 또는 ‘마시고’로 바로 잡아야 한다. ‘구하옵소서’에서 존칭보조 어간 ‘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구하시옵소서’로 바꿔야 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는 ‘뜻’이 주어이면 그것은 ‘이루어지는’ 것이지 ‘이루는’ 것이 아니므로 바로잡아야 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주기도문 개정시안 중 하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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