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제전범법정 폐막]군위안부등 성폭력 경종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1분


여성 국제전범법정은 12일 판결을 끝으로 5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판사단은 히로히토(裕仁) 전 일본천황과 일본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판결〓육군대신이나 해군대신 등 군 최고책임자로부터 전황(戰況)보고를 받았던 히로히토 천황은 군 예산을 들이고 군인을 배치한 위안소 설치에 관련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사단은 지적했다.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을 회피하고 있는 데 대해 “아직도 범법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전쟁 당시 각종 국제법과 관습법이 강간 노예제도 인종차별 등을 금지하고 있었던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안부의 모집 경위에 대해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볼 때 강제성이 명백하다”고 결론지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이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안부 수송에 군함 등을 이용했으며 모집책이 군속 취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가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개인의 청구권 보유 여부에 대해서도 “국가간 협약이 개인의 권리를 방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대만은 당시 식민지로서 ‘일본국’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인도적 범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처벌하는 것이 국제법의 정신”이라고 반박했다.

판사단은 일본 정부측에 △분명한 사죄 △적절한 보상 △철저한 조사 △관련문서 공개 △교과서 등을 통한 교육 등 10개항을 권고했다.

▽결산〓이번 재판은 비록 민간법정이나 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다루었으며 지금까지 책임을 면제받아온 히로히토 당시 천황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 일본정부의 과거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현재 세계 분쟁지역에서 빈발하는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이번 판결은 모의재판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아시아 8개국 피해자 70여명과 비정부조직(NGO) 관계자, 일반 방청객 등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참가해 모의재판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위안부 문제가 정식재판에서 다뤄질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일본사회의 우익화 경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도 전달됐다. 판사단은 일본의 역사왜곡 움직임을 비판하며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도록 촉구했다.

북한의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 정남용(鄭南龍) 상무위원은 “이번 판결에 대단히 만족한다”며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에서도 위안부문제를 적극 거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이영이특파원>ksshim@do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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